잇단 증언 홍걸씨 조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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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홍걸씨에게 최규선씨의 '쇼핑백 심부름'을 한 것으로 알려진 그의 동서 황인돈씨의 검찰 소환이 임박하면서 수사가 급류를 타게 됐다.

검찰은 黃씨 측에서 金씨에게 돈을 건넨 듯한 발언이 나온 지 하루 만인 25일 그를 소환키로 결정했다.

지금까지의 관련자들 조사에서 김홍걸씨가 최규선씨와 함께 이권에 개입하고 대가를 챙긴 단서나 정황을 포착했다는 방증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규선씨가 金씨에게 돈을 준 내역이 담긴 증빙 자료가 있음을 측근에 주장했음이 이날 밝혀진 데다 金씨가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이권 개입 의혹이 제기된 시기에 집중적으로 국내에 입국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金씨를 둘러싸고 제기돼온 '돈 의혹'의 실체도 드러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증빙 자료 정말 있나=崔씨가 챙겨둔 것으로 崔씨 측근이 밝힌 '증거 자료'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崔씨의 행동 습관을 잘 아는 이 측근은 "(崔씨가)돈을 보내면 증거 자료를 반드시 남겼다고 말했다"면서 "입금증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특정 계좌에 송금(입금)한 은행의 입금 영수증 또는 돈을 주고 개인적으로 받은 영수증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돈 거래 내역이 담긴 회계장부나 CD도 존재할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주목되는 건 崔씨가 이같은 말을 하면서 청와대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함께 토로했다는 점이다. 청와대 비서관이 최성규(미국 도피중)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을 통해 그에게 해외 출국을 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는 상태다.

이 측근은 崔씨가 "나보고 그 ×들이 외국으로 떠나래. 하지만 내가 미국으로 가버리면 내가 독박(도박 고스톱 용어)을 쓰지. 청와대에서 전부 다 나에게 뒤집어 씌울텐데…"라며 "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게 더 많아. 내가 터뜨리면 살아남을 × 하나도 없단 말이야"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그의 주장대로라면 그가 갖고 있다는 '증거 자료'는 큰 파괴력을 가진 뇌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崔씨가 주변에 과시용으로 터뜨린 엄포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급류 탈 수사=검찰은 黃씨에 이어 김홍걸씨에게 직접 1억5천만원 가량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들에게서 단서가 확보되면 수사는 곧바로 김홍걸씨에게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黃씨는 지난주 자신의 사건을 수임한 양인석(仁錫)변호사에게 홍걸씨와 최규선씨 사이에서 연결 고리 역할을 했음을 스스로 밝혔다.

"지난해 최규선씨에게서 받은 쇼핑백을 홍걸씨에게 전달한 적이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자신의 회사(C토건) 직원들 명의로 된 타이거풀스 주식 1만3천주와 건설업체 대표에게서 빌린 서울 강남 사무실 역시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에 중대 전환점을 제공한 것이다. 김홍걸씨의 금품 수수 혐의를 입증할 열쇠를 쥐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는 쇼핑백 안에 든 물건이 무엇인지는 모른다고 했지만 천호영씨는 검찰에서 "지난해 4~8월 崔씨의 지시로 서울 모 백화점 주차장 등에서 수천만원이 든 쇼핑백을 여러 차례 黃씨에게 직접 전달했고, 또 전달하는 현장에도 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黃씨와 千씨의 말을 종합해 보면,그 쇼핑백 안에는 돈이 들어 있었고 그 돈의 수신인은 김홍걸씨라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구속될 것을 우려해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김희완씨 역시 김홍걸씨에게 지난해 3월 1억5천만원을 직접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崔씨가 코스닥 등록기업인 D사 朴모 회장에게서 받은 10억원 중 일부를 김홍걸씨의 포텐샤 승용차 뒤 트렁크에 실었다는 것이다. 조폐공사의 지폐 보안장치 개발사업 청탁 대가 명목으로 알려진다.

김홍걸씨에게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경우 그가 타이거풀스 사업권 선정에 개입했는지도 규명돼야 할 대목이다.

천호영씨는 "崔씨가 2000년 12월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 대표 송재빈씨에게 전화를 걸어 심사위원들이 합숙에서 나온다. 다 잘 됐으니 걱정마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 대가로 주식과 돈을 받아 김홍걸씨 등이 나눠가졌다는 주장이다.

조강수·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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