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서 전사한 한인 미군 김정진씨…눈물의'사후 시민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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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작전 도중 전사한 한인 미군 고(故) 김정진(23.사진)이병이 희생에 대한 보답으로 미국 정부가 수여하는 '사후 시민권'을 받았다.

미망인 김아영씨는 18일 하와이 호놀룰루 현지에서 남편에게 수여되는 사후 시민권과 '퍼플 하트' '브론즈 스타' 훈장을 고인을 대신해 받았다고 UPI통신이 전했다.

한국 태생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간 고인은 하와이 퍼시픽대학(HPU)에 다니다 부인 김씨를 만나 2001년 8월 결혼했다.

지난 4월엔 미군에 입대, 미 2사단 17포병단 제2연대에 배치됐다. 하와이 호놀룰루 경찰을 꿈꿨던 고인의 입대 동기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 시민권을 얻는 것이었다고 김씨는 말했다.

'부부 군인은 같은 지역에 배치될 수 있다'는 말에 김씨도 남편을 따라 입대했다. 이들은 동두천에서 잠시 함께 생활했으나 남편이 이라크로 파견되자 이별을 해야 했다. 부인이 첫아이를 가진 만삭의 몸이었기 때문이다.

이라크 도착 직후인 9월 7일 아들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김 이병은 부인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근황을 전하면서 안심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3대독자였던 김 이병은 10월 6일 현지 안정화 작전 도중 저항세력의 총격을 받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들 '아폴로 이카이카'(하와이말로 전사란 뜻)가 태어난 지 한 달 만의 일이었다.

김씨는 10월 20일 하와이 현지에서 거행된 남편 장례식에 머리를 짧게 자른 채 나타나 조문객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UPI=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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