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기 전매 갈수록 지능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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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서울 청담동에 사는 김모씨는 잘 아는 부동산업자에게서 돈을 버는 기막힌 방법을 들었다.

조만간 개발계획이 발표된다든가 사업이 예정돼 있는 이른바 이슈지역의 부동산을 사 단기간 전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나눠먹자는 내용이었다.

투자금은 김씨가 모두 부담해도 되고 돈이 모자라면 자기와 공동투자해도 괜찮다고 했다.

재건축사업 승인이 예정돼 있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를 이런 방식으로 사 돈번 사람이 적지 않다며 일부 부동산업자들만 갖고 있는 재테크 노하우를 특별히 전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업자가 설명한 돈버는 방식은 대충 이렇다.

개발 예상지역의 부동산을 한발 앞서 잔금날짜를 두서너 달 여유를 두고 사두었다 재료가 발표돼 값이 단기간에 크게 뛰면 되파는 방식이다.

계약서를 쓸 때 매입자를 '○○○ 외 1인'으로 공동투자하는 것처럼 기재한다. ○○○는 업자 본인 이름을 쓰기도 하고 업소 직원 등의 명의를 빌리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한 사람은 그냥 '외 1인'으로만 해두고 신분을 밝히지 않는다. 집을 판 사람에게 약점을 안 잡히기 위해 "공동투자지만 명의이전에 필요한 검인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외 1인'만 내세울 수도 있다"는 단서를 달기도 한다.

문제는 중간에 부동산을 되파는 과정에서 사는 사람이 투명하지 않은 이런 부동산을 선뜻 매입하려고 하겠느냐는 점이다. 그 문제도 걱정할 게 없다고 했다.

값이 뛰는 장세(場勢)인 경우 명의이전을 확실하게 보장해준다고 하면 매입자는 줄서 있다는 것이다.

처음 부동산을 판 사람에게는 전매 사실을 숨겨야 뒤탈이 없다는 것도 알려줬다. 계약 후 값이 뛰면 부동산을 판 사람은 무슨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해약하려 할 것이므로 당초 잔금날짜를 길게 잡아놓았다가 중간에 팔 때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잔금날짜 때 중간에 매입한 사람을 '외 1인'으로 둔갑시켜 명의이전에 필요한 검인계약서를 작성한다. 이렇게 하면 전매자의 흔적이 전혀 남지 않아 세금을 한푼도 안내고 단기간에 높은 전매차익을 챙길 수 있다.

설령 해약을 한다 해도 계약금의 두 배를 받게 되므로 손해볼 게 없다. 단기간에 수익률 1백%를 올리지 않느냐는 게 중개업자의 설명이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이 수법은 미등기 전매로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에 금지돼 있는 불법 행위이다.

잘 드러나지 않아 미등기 전매 사실을 밝혀내기 어렵지만 자금 흐름 등을 추적하면 얼마든지 잡아낼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위법도 문제지만 가격이 제때 오르지 않아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경우도 많으므로 부동산업자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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