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서울行 돕던 전도사등 3명 중국서 수개월째 억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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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국에서 탈북자의 서울행을 지원한 전도사가 중국 공안 당국에 넉달째 억류 중이며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미국 시민권자 한국인 사업가도 두달 넘게 중국 당국에 붙잡혀 있는 것으로 24일 뒤늦게 밝혀졌다. 또 중국에서 탈북자를 돕던 한국인 목사도 공안 당국에 체포돼 열흘째 강제구금 상태에서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관계 당국과 '납북 및 탈북자 대책 시민연대'에 따르면 헤이룽장(黑龍江)성 지역에서 탈북자 12명을 중국에서 몽골로 피신시키려던 두리하나선교회 소속의 천기원(46)전도사가 지난해 12월 24일 체포돼 헤이룽장성 공안 당국에 4개월째 억류돼 있다.

중국측은 탈북자 12명 모두를 북한에 강제송환했으며, 이들의 탈북 과정을 취재 중이던 모 방송국 프리랜서 吳모씨를 지난달 11일 풀어줬다. 그러나 공안 당국은 千전도사의 경우 탈북자 도피를 주도했고 이번이 두번째로 적발됐다는 이유로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 법에 따르면 기소 가능성이 확실시되는 피의자는 6개월 이상 1년까지도 장기 구금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고 "정부는 千전도사가 기소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연변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시에서 탈북자를 보살펴온 최봉일(48)목사가 지난 15일 옌지시 공안국에 체포돼 구금 중이다.

崔목사는 지난달 베이징(北京)에서 발생한 탈북자 25명의 집단 망명 신청 이후 중국 당국이 탈북자에 대한 색출과 강제 북송을 강화하자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안내하려다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납북 및 탈북자 대책 시민연대'(대표 李犀)의 도희윤 대변인은 "탈북자를 돕다가 억류된 종교인들이 공안 당국으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하고 있다"면서 "우리 영사관 직원이 장기억류된 千전도사를 한 차례 면담한 것을 제외하고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신정승(辛正承) 대변인은 "정부는 千전도사의 석방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 왔으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구금된 종교인들에 대해 가혹행위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납북 및 탈북자 대책 시민연대'측은 곧 기자회견을 열어 상세한 경위를 공개하고 외교통상부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를 항의방문해 대책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영환·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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