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중 가혹행위 경찰관 4명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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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 양천경찰서 소속 경찰관 4명이 구속됐다. 서울 남부지법은 23일 양천서 강력팀장 성모씨 등 4명에 대해 독직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담당 최의호 판사는 “형사사법 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중대한 사안으로 범죄 행위가 사실인 점이 증명됐을 뿐 아니라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하고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팀에서 가장 직위가 낮은 박모씨에 대해서는 “가담 정도가 가볍고 폐쇄회로TV(CCTV) 증거가 남아 있는 만큼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날 오전에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경찰관들은 가혹행위 사실에 대해 일부 인정했지만,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의 진술 대부분에 대해서는 “과장됐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들의 공동 변호인인 채종훈 변호사는 “가혹행위를 하는 등 수사 과정에서 일부 무리한 점이 있었다”면서도 “CCTV에 찍힌 행위는 인정하지만 그 외 피해자들의 주장은 인정하기 힘든 부분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성씨 등 5명에 대해 지난해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20여 명의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상당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21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들이 피의자들에게 수갑을 뒤로 채워 들어올리는 이른바 ‘날개 꺾기’ 등의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양천서가 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묵인 또는 은폐하려 했는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양천서 강력5팀을 촬영한 CCTV에 지난 3월 9일부터 4월 2일까지 25일간 영상 기록이 저장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양천서에 설치된 30개 CCTV 중 16개 CCTV 촬영 내용이 저장되는 한 개의 하드디스크에 저장기록이 전혀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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