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우수 경칩 다 지나고

거리엔 꽃을 든 여인들 분주하고

살아 있는 것들 모두 살아 있으니

말을 걸어 달라고 종알대고

마음속으론 황사바람만 몰려오는데

4월이면 바람나고 싶다

바람이 나도 단단히 나서

마침내 바람이 되고 싶다

바람이 되어도 거센 바람이 되어서

모래와 먼지들을 데리고 멀리 가서

내가 알지 못하는 어느 나라

어느 하늘 한쪽을

자욱이 물들이고 싶다

일렁이고 싶다

-정해종(1965~)'4월이면 바람나고 싶다'

바람은 내 안에서도 불고 바깥에서도 분다. 적막까지도 깨우는 바람은 힘이 세다. 바람이 불 때마다 바람나고 싶은 4월. 바람이 나도 단단히 나서 드디어 바람이 됐으면…. 바람이 불 때마다 살아보고 싶은 4월. 바람이 돼도 아주 힘센 바람이 됐으면…. 바람이 돼 모르는 나라로 귀순했으면…. 귀순해서 바람을 꽃처럼 피우는 나라 하나 세웠으면….

천양희<시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