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시사다큐…' 권혁미 P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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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탈레반 정권의 실체''오사마 빈 라덴은 누구인가''테러참사 그 후''탄저병에서 천연두까지''아프가니스탄, 비극의 현대사''탈레반, 카불 최후의 날'….

지난해 9·11 미국 테러 사건 이후 숨가쁘게 돌아갔던 EBS의 '시사다큐-움직이는 세계'(수요일 밤 10시)의 방영 목록이다. 이슬람권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궁금증만 증폭되던 당시 '시사다큐…'는 무려 16편의 관련 다큐멘터리를 잇따라 방영, 방송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권혁미(29·사진) PD. 지난해 8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그녀는 "세계 이슈에 대한 평소의 관찰이 순발력있는 대응을 가능케 했다"고 말한다.

그녀와 그녀가 속해 있는 EBS '외화팀' 소속원들에겐 하루에도 수십번씩 세계 공영 방송사의 웹 사이트를 방문하는 게 일과다. 영국의 BBC·미국의 PBS 등 6~7곳의 홈페이지를 자기 집처럼 드나들며, 방송 계획서 등을 잘 살펴둔다. '혹시나' 싶으면 편성 책임자에게 수시로 e-메일을 날린다. 그걸로 부족해 1년에 대여섯번씩 세계 프로그램 견본시장에 꼭 참여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다큐멘터리에 관한 체계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그리고 지난해 미국 테러사건으로 그 위력이 발휘된 것이다.

지난달 27일 방영해 큰 반향을 일으킨 'BBC 특별 다큐멘터리-노근리 보고서'도 이런 '발품'의 결과다. 지난해 10월 영국 BBC 방송이 관련 다큐물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권PD는 "이건 성격상 우리 방송사에 어울린다"며 집요한 설득 작전을 벌였다.

직접 제작을 하지는 않지만 늘 변하는 시사 문제의 특성상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을 터. 그래서 권PD의 경우 방송 당일 3~4시간 전 CNN 뉴스 클립 등을 붙여 아슬아슬하게 제작을 마치는 일도 흔한 일이다.

이런 그녀에겐 나름대로의 제작 철학이 있다. "균형잡힌 시각이란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시청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시사 다큐…'는 한 문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각을 제공한다. '세계화'에 대해 미국과 유럽인의 시각을 각각 나눠 방송하는 식이다.

그녀는 앞으로 정치문제 일변도에서 탈피, 현대사회의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사회·문화 아이템들을 많이 방송할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를 무대로 더 바빠져야겠네요." 그녀의 각오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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