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 향한 꿈 도전! 칠전팔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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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퍼팅을 할 때는 팔과 손목, 골프채가 일직선으로 동시에 움직여야 해요. 김국진씨, 손목이 그렇게 꺾이니까 프로 시합에서 번번이 떨어지는 거예요."

"아하, 아픈 데를 그렇게 찌르시다니…. 자, 보세요. 이렇게 하면 된다는 거죠?" 지난 12일 케이블TV 푸드채널 '김국진의 파워골프쇼'의 녹화 현장. 프로골퍼 김희정씨가 자세를 하나하나 지적하자 김국진의 표정이 자못 진지해진다. 2년 전부터 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김국진은 사회자라기보다는 뭔가를 끊임없이 배우고 몰입하는 학생 같다고 담당 PD는 말한다.

구력 10년… 최고 69타

"골프는 신기루 같아요. 가까이 다가가면 잡힐 듯하다가도 금방 저 멀리 달아나죠. 18홀과의 대결, 너무나도 흥미진진한 게임이에요." 사실 김국진은 지난달 말 프로골퍼 선발대회에 출전해 또 쓴맛을 봤다. 3년 새 일곱번째 실패다. 창피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그게 뭐 창피한 일입니까"라고 반문한다. 산을 정복하려는 사람이 중도에 포기하고 내려왔다고 무안해하지 않는 것처럼 테스트 한번 떨어졌다고 의기소침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테스트 탈락을 "준비가 부족했던 만큼 당연한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이번에는 파이팅이 없었어요. 지난번 본선에 2위로 진출하면서 얻은 자신감이 이번엔 오만함으로 변했달까. 후회는 없어요. 이번에 안되면 다음에 또 하면 되는 거니까."

대회 장소가 바뀌면서 코스가 낯설었던 것도 주요한 패인이다. 열번 정도는 라운딩을 해야 하는데 쉽게 생각해 두번밖에 가지 못했다. 그래서 요즘은 하루 두시간씩 매일 골프연습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필드에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나간다. 다음 출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3년새 일곱번이나 쓴맛

김국진은 올해로 구력 10년이 됐다. 최고기록 69타, 핸디3인 수준급 골퍼다. 감정의 기복이 적어 위기상황에서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경기를 진행하는 게 그의 강점이다. 평생 한번 하기도 어렵다는 홀인원을 세차례나 기록하기도 했다. 골프에 시간을 더 내기 위해 그간 출연하던 프로그램도 정리하고 현재는 MBC 시트콤 '연인들'에만 출연하고 있다.

"골프는 외로운 운동입니다. 바람·컨디션·그린 상태 등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심지어 어느 골프채를 고를 것이냐를 놓고 무한정 고민하지요. 코스를 공략하면서 맞닥뜨리는 위기와 실수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우리 인생과 너무나도 닮았어요." 골프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그의 예찬론이다.

프로 골퍼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도전 자체를 즐긴다는 그는 올 여름 열리는 프로 선발대회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과연 그의 칠전팔기(七顚八起)가 이뤄질지 궁금해진다.

박지영 기자

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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