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논어’‘맹자’서 미래의 길을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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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돌베개, 516쪽, 1만8000원

신영복(63·성공회대 교수)씨가 펴낸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은 저자가 한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무게를 빼고 읽을 순 없다. 고전은 그 속으로 들어가는 이가 누구인가에 따라 새로운 모습을 펼쳐 보이기 때문이다. 그의 독법은 ‘왜 고전을 읽는가’혹은 ‘왜 공부를 하는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다. “미래로 가는 길을 오래된 과거에서 찾는 것이지요”라고 그는 부드러우면서 뼈있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20일을 복역하는 동안 동양 고전은 그의 손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감옥에서 그는 한학의 대가 노촌(老村) 이구영 선생을 만난다. 장기수였던 노촌과 한 감방에서 4년을 지내며 한문을 익혔다. 당시 구절구절 체크해 놓은 느낌을 출옥한 후 성공회대의 고전 강의에서 펼쳐 놓았다. 이 책은 그 강의 녹취록을 푼 것.

『시경』『주역』『논어』『맹자』『노자』『장자』『대학』『중용』등 주요 고전에 대한 해설을 비롯해 ‘불교’‘신유학’‘양명학’등 동양 사상의 흐름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망라하고 있다. “기초적인 것만 얘기했다”고 서문에서 밝혔지만 겸사로 보인다. 고전에 대한 기존의 통설을 소화해 자기 목소리로 쉽게 풀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해석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관계론’. “세계의 모든 존재는 관계망으로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그의 관계론은 불교의 ‘연기론(緣起論)’을 연상시킨다. 그는 『노자』에서 추상적으로 표현된 무(無)와 유(有)의 통일적 관계를 읽어냈고, 『논어』에서는 사회변동기에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인간관계의 다양한 양상을 해석해 낸다. 『논어』의 유명한 구절인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의 ‘습’을 ‘복습’이 아니라 ‘실천’의 의미로, 또 ‘시’를 ‘때때로’가 아니라 ‘적절한 시기’로 읽는 점에서 사회성과 실천성을 강조하는 그의 해석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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