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5K 선정 이후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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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차기전투기(FX)로 미국 보잉사의 F-15K를 결정했다. 소요 예산이 천문학적인 데다가 한번 결정된 기종은 30년 이상 우리 대공(對空)방어의 핵심 전력으로 기능해야 하며, 또 처음으로 국제입찰이 실시된 사업의 특성 때문에 기종 선택에 내외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2년간 기종 선택을 둘러싼 시비와 의혹이 야기된 점은 유감이다. 그런 만큼 정부는 본계약까지 보잉사를 상대로 경쟁 기종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가격과 기술이전, 절충교역률 등의 사항에 대한 개선과 보완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이 기종의 단종(斷種)시점 이후의 부품수급과 사고보상책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증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특히 정부의 F-15K 결정을 반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는 점을 미국 정부와 보잉사가 유념해야 할 것이다. F-15K가 미국에선 2030년 이후 퇴역하기로 된 '구형' 전투기라는 점, 정부가 미국의 압력을 받고 F-15K를 내정해 놓고 들러리 경쟁을 시켰다는 의혹, F-15K가 프랑스의 라팔보다 가격은 비싸고 성능은 떨어진다는 점 등이 다른 요인의 대미(對美)정서와 뒤엉켜 반미정서를 크게 증폭시켰다. 미국 정부와 보잉사는 이런 정황을 예사로 넘기지 말고 본계약에서 미진한 부분에 대해 대폭적인 성의를 보여야 한다. 특히 보잉사는 제시가격 5조8천억원 규모를 재고해야 한다. 정부는 5조2천억원 수준의 재협상 목표를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미국이 성의를 보여야 반미정서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또 F-15K의 엔진으로 F-15계열에 한번도 장착되지 않은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엔진을 선정했는데 안전성 문제는 없는지, 상호운용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탈락한 경쟁업체와 그 국가들과의 외교적 마찰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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