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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가학 여성 죽음 초현실적 터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모탈 트랜스퍼'(Mortal Transfer)는 배우보다 감독의 명성이 앞서는 작품이다. '디바'(1980년), '베티블루 37.2'(86년)에서 남녀 간 열정을 현란한 색채로 묘사한 장 자크 베넥스 감독이 '오타쿠' 이후 6년 만에 만든 신작이다.

스릴러에 코믹 요소 가미

지난해 제1회 프랑스 영화제 홍보차 내한했던 베넥스 감독은 "영화는 자유를 향한 투쟁이자 공인된 규칙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작 '모탈 트랜스퍼'를 이같은 감독의 개인적 견해에 맞춰 해석할 이유는 전혀 없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다르면서 개인에 내재한 성적 자유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감독의 개성이 한껏 살아 있기 때문이다.

'모탈 트랜스퍼'는 그림으로 치면 초현실주의 영화다. 실제로 영화에선 감독 자신이 그린 그림도 등장한다. 정신과 전문의 미셸(장 위그 앙글라드)이 그의 연인이 되는 헬렌(발렌티나 소카)의 전시회에 가서 "부조화를 추구하지만 역동적인 에너지가 충만해 있다"고 평하는 그림이 바로 베넥스가 그린 것이다.

영화에선 현실과 환상, 실재와 꿈이 공존한다. 심한 도벽과 성가학증에 빠진 뇌쇄적 여성인 올가(엘렌드 푸제홀레)를 치료하던 미셸이 상담 도중 꿈 속에 잠긴다. 그리고 그가 깨어나 발견한 것은 써늘하게 식은 올가의 시신.

영화는 이후 미로처럼 가지를 쳐간다. 스릴러·공포·코미디 요소를 섞어가며 올가의 피살을 둘러싼 여러 사건을 훑는다. 부패한 거부인 올가 남편의 피살, 부모의 성교 장면에 충격을 받았던 미셸의 어린 시절 경험, 그리고 미셸의 상담실을 찾아오는 각종 강박증 환자 등. 감독은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학 틀을 이용해 개개인에 숨겨진 성적 억압과 비정상적 표출,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 삶과 죽음의 경계 등을 그려내고 있다. '죽음의 전이'를 뜻하는 제목처럼 말이다.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이용

그런데 '모탈 트랜스퍼'는 다소 늘어진다. 정신과 상담 장면이 과할 만큼 등장하고, 벌여놓은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도 우발적이다. 현대인의 정신적 병리에 대한 보고서, 혹은 균형 잡힌 성욕에 대한 진단서로 보기에 '구멍'이 많다. 미술관의 그림을 한장 한장 스쳐보듯 감상해야 할 것 같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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