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잡지의 앞날은 밝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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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디지털 시대에도 잡지의 생명력은 에디터(편집 책임자)의 능력에서 나옵니다."

'국제잡지연맹(FIPP) 아시아·태평양 지역 잡지대회 2002'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리처드 스미스(56) 뉴스위크 회장.

그는 FIPP와 한국잡지협회(회장 이심)가 17, 18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이 대회에서 '디지털 시대의 잡지 전망'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번 대회에는 조지 그린(허스트 매거진 인터내셔널 사장) 등 25개국의 잡지 발행인과 관계자 5백여명이 참석했다.

1970년대 중반 뉴스위크 커버 스토리로 '한국인이 몰려온다'라는 기사를 썼던 스미스 회장은 한국계인 윤순영 박사와 결혼했고, 송미양을 입양했다.

"잡지 에디터는 독자와 소통을 잘 해야 합니다. 많은 정보 가운데 독자들이 필요한 것을 선택하고 이슈화하면 독자와 시장은 에디터를 신뢰하게 마련이죠."

그는 "뉴스위크 한국어판(중앙일보 미디어 인터내셔널 발행)을 비롯해 일본어·폴란드어판 등을 현지화, 각국 에디터에게 최대한의 권한을 부여해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잡지 사업에 뛰어들려는 사람들로 에너지가 넘치는 시장"이라며 "한글을 쓴다는 제약을 넘어 세계로 뻗을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스미스 회장은 75년 서울을 방문했을 때 이화여대에서 인류학을 가르치던 尹박사를 만났다.

"당시만 해도 한국이 세계 수준급의 과학과 경제를 이뤄낼 것 같지 않았죠. 하지만 지금은 과학·기술·산업 등 각 분야에서 적지 않은 리더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 잡지도 그런 변혁기에 있다고 봅니다."

스미스 회장은 잡지의 앞날을 낙관했다. 그는 "미국에선 전체 가구의 80%가 잡지를 정기구독하거나 사보고 있으며, 잡지의 구매 증가율이 인구 증가율을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인터넷·케이블 방송 등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잡지가 이들 매체를 보완해 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잡지의 브랜드 파워는 하루 아침에 쌓기 힘든 데다 순식간에 잃을 수도 있다"며 "외부 간섭에서 에디터를 보호하고 독자에게만 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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