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 인사·기획부 없애야 조직이 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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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힘센 인사·기획부를 없애야 조직이 산다."

평소 소신 발언을 자주 해온 김정태(사진)국민은행장이 인사·기획부 폐지론을 폈다. 그는 17일 능률협회가 주최한 조찬강연회 자리에서 "이들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힘을 과시하면서 결국 다른 조직원들에게 실망과 좌절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영진과 직원들의 의사소통을 가로막고 있어 힘있는 조직을 만드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해결책으로 부서장에게 권한을 넘겨주는 방식을 제시했다. 金행장은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부행장을 제외한 모든 인사를 지역본부장에게 맡겼다고 밝혔다.

金행장은 이어 후계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경영자로서 나에게 남은 일은 후계자를 찾아 양성하는 일이며, 떠날 때는 빨리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옛 국민·주택은행이 합병해 거듭난 국민은행 직원들이 화합하지 못하면 아예 밖에서 후임자를 물색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최근 전산 통합·후속인사를 둘러싸고 은행 내 반발이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그는 "과거 합병했던 은행 중 행장을 교대로 배출한 곳은 영원히 화합하지 못했다"면서 "국민은행이 화합을 일궈내지 못하면 은행 정관을 고쳐서라도 몇십년간 두 은행 출신이 은행장을 하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金행장은 또 임원들에게 지급된 법인카드를 거둬들였다고 소개했다. 그 대신 연봉을 대폭 올렸다는 것. 이에 대해 金행장은 "임원 이상은 개인 돈을 써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국민은행은 그렇게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인력 활용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은행에 여성인력이 많지만 대부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인사 때 전체 1천1백20개 지점장의 5%를 여성으로 채웠는데 이 과정에서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구성비로 보면 전체 지점장의 40% 정도는 여성이 맡아야 하는데 불과 5%밖에 안되는데도 난리를 친다"며 "앞으로 여성인력을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가 은행 경영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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