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주택 증언'피하려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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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신범-김홍걸 소송 일지>

▶2000년 2월 이신범씨, 국회서 김홍걸씨 미국 내 호화주택 보유 의혹 폭로. 이신범씨, KTE(LA 한인방송)가 전의원 주장을 '허위'라고 보도하자 소송 제기

▶4월 이신범씨, 미국서 홍걸씨 호화생활 의혹 제기

▶2001년 1월 이신범씨, 홍걸씨 부부에게 증언 거부에 의한 손해배상 소송 제기

▶4월 미국 오렌지카운티 법원, 홍걸씨에게'증언 강제 명령'. 홍걸씨, 증언했으나 주요 내용 진술 거부

▶5월 소 취하에 합의(56만달러). 홍걸씨 10만달러 지급. 검찰, 이신범씨를 옷로비 사건 '이형자 리스트' 공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

▶7월 이신범씨, 소 취하를 요구하며 LA주재 홍보관(윤석중)의 홍걸씨 사건 불개입 협박 사실 공개. 이신범씨, 관련 합의 불이행에 대한 소송 제기

▶11월 이신범씨, 홍걸씨가 월 평균 8천7백만원을 사용했다는 은행 자료 일부 공개

▶2002년 1월 윤석중씨, 협박 혐의로 이신범씨 고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와 이신범(信範)전 한나라당 의원의 악연은 뿌리가 깊다. 전의원은 1999년부터 홍걸씨의 미국 유학생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다. "홍걸씨가 LA의 97만5천달러짜리 호화주택에 산다" "무기 중개상 C씨가 홍걸씨 뒤를 봐주고 있다"는 등의 주장은 모두 전의원의 입을 통해 나왔다.

급기야 홍걸씨와 전의원 사이에 소송사건이 발생했다. 2000년 2월 국회 본회의에서 당시 현역인 의원이 홍걸씨의 호화주택 문제를 제기하자 LA 한인방송인 KTE(KBS 현지법인)는 이를 '허위 폭로'라고 보도했다.

전의원은 곧바로 이 회사를 상대로 LA카운티 지방법원에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패소했고, 소송 비용으로 11만달러를 부담하게 됐다. 패소 이유는 홍걸씨가 자신의 주택에 대해 법원에 출두해 증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전의원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전의원은 지난해 1월 홍걸씨 부부를 상대로 LA 오렌지카운티 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홍걸씨는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다. 전의원은 증언 강제명령을 신청했고, 같은해 4월 5일 명령을 받아냈다.홍걸씨는 같은 달 16일 '선서 증언'을 했지만 주택 매입 경위 등에 대해선 진술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다음 증언 기일은 5월 17일로 잡혔다.

바로 이날 양측은 소송 취하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홍걸씨 측이 "비밀에 부치기로 한 합의 내용을 전의원이 누설했다"며 합의금 66만달러(청와대 주장 56만달러) 중 10만달러만 지급하고 끝냈기 때문이다.

그러자 전의원은 계약파기·사기·사법절차 남용 등의 혐의로 홍걸씨와 이희호(姬鎬)여사·박지원(朴智元·당시 무직)청와대 비서실장 부부 등을 제소했다. "홍걸씨측이 합의 직후 어머니인 여사 등을 움직여 서울지검이 자신을 기소하게 하는 등 권력을 남용하고,정치적 공격을 않겠다는 합의도 먼저 파기했다"는 이유다.

그래서 여사는 지난해 7월 대통령 영부인임을 내세워 면책특권을 요구하는 진술서를 미국 연방법원(사건이 오렌지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연방법원으로 이송)에 내 그 해 12월 인정받았다.

문제는 왜 홍걸씨가 전의원에게 합의를 제의했고, 그에게 준 10만달러의 출처가 어디냐는 점이다. 전의원은 "유학생 신분으로 직업이 없는데도 호화주택을 매입하게 된 경위, 자금 출처 등에 대한 증언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10만달러는 LA에 오래 살아온 외가 친척이 빌려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일 기자, LA지사=김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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