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서 빛난'작은별' 오리온스 김승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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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결국 챔피언은 마지막 7차전에서 가려지게 됐다.

17일 대구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7전4선승) 6차전에서 홈팀 동양 오리온스는 SK 나이츠를 88-77로 꺾어 3승3패 동률을 이뤘다. 7차전은 19일 역시 대구에서 벌어진다.

암울했다.코트는 심판에 대한 선수들의 불신으로 가득했다. 심판 세명 가운데는 1998년 판정 시비 끝에 선수에게 주먹다짐을 당하고, 나이츠와 KCC 이지스의 4강전에서 오심 논란을 일으킨 심판도 끼여 있었다. 선수들은 이 심판을 타깃으로 삼은 듯했다.

불신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이 심판의 결정적인 판정이 아니었다면 결승 무대를 밟지도 못했을 나이츠 쪽이 심했다.

오리온스가 불신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평소 파울이 잦은 이지승을 스타팅 멤버로 기용,'선전포고'를 했다. 문제는 심판이 파울을 다 지적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지승의 파울을 전반에만 네개나 적발했지만 나이츠 선수들은 만족하지 않았다. 심판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은 신체 접촉이 일어나면 너나없이 코트에 나뒹굴며 심판 눈치를 봤다. 양팀 감독은 모두 벤치 테크니컬 파울을 기록했다.

어수선한 가운데 오리온스 선수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새내기 가드 김승현(17득점·9어시스트)이 독기를 품고 나이츠의 외곽을 누볐고, 전희철(15득점)의 슛도 호조를 보였다.

나이츠는 지리멸렬했다. 5차전의 영웅 조상현은 이지승의 신경전에 말려 7득점에 그쳤고, 서장훈(22득점)은 심판과 동료를 상대로 짜증을 냈다. 김종학·에릭 마틴은 잦은 실수로 서선수의 부아를 돋웠다. 2쿼터 6분 오리온스가 44-22로 앞서며 균형을 허물었다. 이후로는 일방적이었다. 3쿼터에서 나이츠가 석주일·임재현의 슛으로 57-47로 쫓아오자 마커스 힉스(33득점)와 김병철(8득점)의 슛으로 71-47로 벌렸을 때 승부는 가려졌다.

대구=허진석·문병주 기자

◇김진 오리온스 감독

초반 수비를 위해 이지승을 투입,조상현을 묶은 게 주효했다. 전희철이 서장훈을 막기 위한 더블팀 가담을 잘했고 세트 오펜스 참여도 잘했다. 다음에도 또다른 변화를 시도하겠다.

◇최인선 나이츠 감독

이기려면 상대를 70점대에 묶어야 했다. 상대의 거친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다음 경기 역시 상대 득점을 최대한 묶으려 한다. 하지만 반드시 우승만을 위해 선수들을 다그치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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