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졸라 탱고에 푹 빠져 볼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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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지난해 5월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와 발티카 크레머라타 앙상블의 '사계'공연. 비발디의'사계'와 아스트로 피아졸라(1921~92)의'사계'가 번갈아 가면서 연주된 이날 공연에 유난히 흠뻑 빠져든 관객이 있었다. 98년 귀국 후 독주회나 실내악 연주 때마다 피아졸라의 탱고를 한 곡씩 곁들였던 바이올리니스트 유시연(35·숙명여대 교수·사진)씨. 그는 객석에 앉아 언젠가는 피아졸라의 작품만으로 독주회를 꾸미겠다고 결심한다.

피아졸라의 탱고는 반도네온(아르헨티나식 아코디언)·바이올린·피아노·기타·더블베이스 등 5인조 앙상블로 작곡돼 있고 다른 편곡도 대부분 반도네온이나 더블베이스를 곁들인 것. 그래서 바이올린과 피아노 듀오를 위한 악보를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탱고의 맛을 내는 데 필수적인 반도네온을 곁들이기 위해 국내 연주자를 수소문해 보았으나 지금 투병 중이어서 함께 연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몇몇 곡은 직접 편곡에도 손을 댔다. 피아졸라가 남긴 악보도 즉흥연주에 맡기는 부분이 많아 연주자가 해내야 하는 몫이 크게 마련이다.

유씨는 오는 5월 3일 영산아트홀에서 피아노(박수진)·기타(장승호)와의 듀오로 피아졸라의 대표작을 무대에 올린다.'리베르탕고''망각''르 그랑 탱고''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봄''아디오스 노니노' 등 잘 알려진 탱고 작품과 함께 4부작'탱고의 역사'중 '카페 1930''나이트클럽 1960'을 들려준다.

"경쾌한 리듬을 타고 흐르는 애수어린 탱고 선율은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 것 같아요.클래식과 다른 주법이 많이 등장하고 바이올린으로 타악기 리듬과 반도네온의 음색도 내야 하기 때문에 연습 하느라 진땀이 납니다"

지난해 문우 음악재단이 지원하는 첫 아티스트로 선발된 유씨는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까지'소나타의 밤''환상곡의 밤''협주곡의 밤' 등 네 개의 테마 콘서트를 준비했다. 유씨는 선화예고 재학 중 동아음악콩쿠르에서 1위에 입상했으며 서울대와 커티스 음악원·런던 왕립음악원·예일대를 거쳐 뉴욕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남편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재홍(38)씨와 함께 듀오로도 활동 중이다. 02-3436-5222.

글=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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