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싸움 더 심해지는데… 팔 '자폭공격'에 대규모 응징 되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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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싸움이 요즘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네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싸움은 확실히 전과 달리 강도가 높아졌지요.

이렇게 된 원인은 좀 복잡해요.지난번 틴틴월드(본지 2월 19일자 10면)에서 설명한대로 둘이 '땅을 둘러싼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어요.

이번에 싸움이 특히 심해진 이유는 '땅 전쟁'을 벌이면서 쌓여온 악감정이 지난달 27일 밤 이스라엘 중부 도시 네타냐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 여성의 자폭공격을 도화선으로 폭발한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날 28명이 죽고 1백40여명이 다쳤어요. 이스라엘 정부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적'으로 규정했어요. 그동안 이스라엘은 아라파트 수반을 대화 상대로 인정해 왔지만 태도가 확 달라진 거예요. 이스라엘은 곧 '방벽작전'이라는 이름의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시작했어요.오늘로 벌써 19일째입니다. 팔레스타인도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란 식으로 무제한 자살폭탄 공격에 나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어요.

2.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가 악화된 것은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강경파이기 때문이라는 기사를 읽은 것 같은데요.진짜 그런가요.

샤론 총리는 이스라엘 강경파의 대표적 인물이에요. 그는 지난해 2월 총리가 된 직후엔 팔레스타인과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 공격에 전임 에후드 바라크 총리보다 훨씬 강하게 보복을 했어요. 화가 난 팔레스타인도 자폭공격 강도를 높여 이스라엘의 희생자수는 전임 총리 때보다 두배 이상 늘게 됐죠. 불안해진 이스라엘 국민의 불만은 높아만 갔고 샤론 총리에 대한 지지도는 1년 만에 절반으로 곤두박질했지요. 그렇다고 무조건 팔레스타인을 공격할 수도 없어 고심하던 차에 지난달 27일 발생한 자폭공격이 좋은 명분이 된 거지요.

아라파트 수반에게도 책임이 있어요.아라파트 수반은 팔레스타인의 자폭공격을 말로는 비난하지만 실제로는 적극적으로 제지를 않고 있어요.지난 3월 한달 동안에만 자폭공격이 12차례나 일어나 54명이 무고한 목숨을 잃었어요. 지금도 수백명의 자살공격 지원자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가 있어요. 아라파트 수반이 이스라엘의 공격과 팔레스타인 내부의 도전을 막기 위해 자살공격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3. 이스라엘이 공격하는 이유는 알겠어요. 그런데 공격을 하면서 민간인도 무자비하게 학살하나요.제닌에선 대학살이 있었다는데요.

이스라엘은 '테러기반을 뿌리뽑겠다'고 벼르고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테러기반이 무엇이냐는 거지요. 이스라엘은 하마스·지하드 같은 과격 테러집단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사는 난민촌에 숨어 있으며 그들이 바로 테러기반이라고 주장해요. 그래서 좁은 땅에 수만명이 몰려사는 난민촌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된 거예요.

이스라엘은 그 과정에서 민간인은 공격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팔레스타인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이스라엘군은 그런 현장에 기자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 실상 파악도 안됩니다.

그 가운데 특히 문제되는 곳이 제닌이에요. 이곳에서는 지난 8일 팔레스타인측이 숨겨놓은 부비트랩이라는 폭탄이 터져 이스라엘군 14명이 사망했어요. 화가 난 이스라엘군이 9일 엄청난 공격을 퍼부었지요. 파이낸셜 타임스라는 영국 신문은 "1㎢밖에 안되는 좁은 난민촌에 헬기가 2백50발의 로켓포를 발사했고 탱크는 수도 없이 포격했다"고 전했어요. 팔레스타인측은 수백명이 죽었다고 주장해요. 국제사회에서 '제닌 대학살'이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어요.

4. 이런 싸움을 말릴 나라는 미국뿐이라고 들었는데 미국은 뭘하고 있나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처음부터 소극적으로 행동해 왔어요. 둘이 휴전하면 팔레스타인의 숙원인 독립국가 건설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해 보겠다는 정도였죠. 여기에는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부시 대통령이 '테러를 부추기는' 아라파트 수반을 믿을 수 없다는 점도 작용했지요.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아랍국가들이 미국에 강력한 중재를 촉구하고 나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미국이 계획하는 이라크 공격을 눈감아 줄 수 없고 석유수출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어요. 만에 하나 아랍국가들이 석유수출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원유값이 뛰고, 회복기에 들어선 미국 경제가 나빠져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부시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에 불리해지게 되지요. 그런 사정이 작용해 부시 대통령은 요즘 적극 중재로 급선회했습니다.

5. 해결의 방향은 잡혀가나요.

미국이 팔레스타인에 독립 가능성을 확신시켜주고 이스라엘에도 확실히 국가의 안전을 보장해야 분쟁이 해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들간에 증오와 불신이 워낙 뿌리깊어 분쟁의 완전한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이 팔레스타인의 대표자인 아라파트를 협상 주역으로 인정하며 회담을 갖고 있고 또 샤론 이스라엘 총리에게도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어 시점을 단정할 순 없지만 대화국면은 시작될 것으로 봅니다. 이코노미스트 같은 서구 언론들은 "서로 싸우는 것밖에 모르는 샤론과 아라파트 같은 인물들이 정권을 잡고 있는 한 화해는 불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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