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天下로 막내린 우익 쿠데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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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축출된 지 이틀 만인 14일 권좌에 복귀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宮)에서 디어스다도 카베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부터 대통령직을 넘겨 받고 눈물을 글썽였다. 차베스 대통령은 그후 한 시간 동안 진행된 TV 연설에서 "나는 아직도 멍한 느낌이며 이 과정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 축출과 복귀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고민을 겪었음을 내비쳤다.

차베스 대통령은 그러나 달래는 듯한 어조로 "피와 고통을 유발한 이 사건은 모두를 위한 교훈이 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나는 평화와 평온과 합리성과 단합을 촉구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3시(현지 시각)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대통령 관저 미라플로레스궁 앞마당에 내린 군 헬기에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축출된 지 만 51시간을 갓 넘긴 시각이었다.

국가를 합창하며 차베스의 도착을 기다리던 수천명의 지지자들은 일제히 "차베스가 돌아왔다. 차베스가 돌아왔다"고 외치며 열광적으로 몸을 흔들었다.

박자에 맞춰 연호하던 군중은 "베네수엘라 만세. 오늘 우리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탄생을 축하하고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승리의 표시로 오른손 주먹을 불끈 흔들어 보이며 군중의 지지에 화답하고,측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민간인 복장에 빨간 베레모를 쓴 차베스는 "나는 여러분과 떨어져 있었지만 여러분과 항상 함께 있었다"고 외쳤다. 라파엘 라미레스 국영석유공사 사장도 "불법적인 쿠데타 행위를 베네수엘라 국민이 분쇄한 것은 너무 놀라운 일"이라고 행복감을 표시했다.

○…5만여명의 시위대가 수도 카라카스에서 차베스 대통령의 좌익 정책과 독재에 항의하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인 것은 지난 11일. 차베스가 반정부 언론들에 대한 폐쇄명령을 내리자 재계와 노동계는 무기한 총파업으로 맞섰고, 급기야 정부군은 대통령궁 옥상에서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 이 과정에서 15명이 숨지고 1백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자 에프라인 바스케스 육군 참모총장을 비롯한 군 수뇌부가 차베스에게 등을 돌렸고, 사실상 쿠데타가 벌어졌다. 차베스는 12일 새벽 군부 대표단에게 사임장을 넘겨준 뒤 카라카스 외곽의 티우나 군부대, 투리아모 해군기지를 거쳐 오르킬라섬에 유배됐다.

○…군부는 과도정부 수반으로 페드로 카르모나 베네수엘라 상공인연합회장을 지목했다. 카르모나는 의회를 해산하고 차베스가 제정한 법률을 무효화하는 등 새 정부 구성을 진행시켰다. 한편으론 차베스의 쿠바 망명을 추진해 쿠데타가 성공으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상황은 하루아침에 반전됐다. 13일 전국에서 20만명의 차베스 지지자들과 친(親)차베스군이 대통령궁과 국영 TV방송국 등을 장악했다.몇몇 공수여단과 수도에서 80㎞ 떨어진 마라카이 공군기지 등에선 '차베스 복귀'를 요구하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수도를 공격하겠다는 위협까지 나왔다.

박소영 기자

베네수엘라 사태 일지

<4월 11일>

▶재계·노동자단체 지도자,"차베스 대통령 하야(下野)"공식 요구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세력·수도방위군과 충돌, 15명 사살·1백여명 부상

<12일>

▶에프라인 바스케스 육군대장 등 군부 3인,대통령궁에서 차베스 사임 요구·페드로

카르모나 대통령직 승계 발표

<13일>

▶마라카이의 공수부대 여단장, 과도정부 체제 인정 거부

▶차베스, 카리브해 오르칠라섬으로 이송·카라카스 남서부의 티우나 군부대로 피신

▶차베스 지지자 20만명, 전국에서 시위행진

▶차베스 각료들, 대통령궁 입성. 헥토르 나바로 교육장관, "대통령 석방 안하면 친위군이 군사행동에 돌입" 경고

▶카르모나, 과도정부 대통령직 사임

▶차베스 내각의 디오스다도 카베요 부통령, 대통령 권한대행 취임 선서

<14일>

▶차베스, 헬기편으로 카라카스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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