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作心三日' 황사경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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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4월 8일, 황사경보제 첫 발령. 4월 10일, 환경부 황사경보제 폐지.

환경부가 첫 도입했던 황사경보제가 '삼일천하(三日天下)'로 끝났다. 황사특보제로 명칭이 바뀌고 업무도 기상청으로 옮겨간 것이다.

황사경보제는 현실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채 조속한 도입을 촉구한 여론과, 준비가 부족해도 일단 발령하고 보자는 환경부의 과욕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지난달 21일 극심한 황사가 밀어닥치면서 피해가 발생하자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황사경보제를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황사 무(無)대책'을 질타하는 여론에 떠밀려 갑자기 결정한 것이다.

당시 기상청은 장비·기술 부족으로 정확한 예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미세먼지 오염도 측정치를 바탕으로 강행하겠다고 고집했다. 그러다 막상 8일 새벽 황사가 밀어닥쳐 황사경보가 발령됐지만 효과는 적고 혼란만 나타났다.

이날 오전 초등학교와 교육청에는 휴업여부를 묻는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결국 정부는 기상청이 황사특보제를 운영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경보제에서 특보제로 변경되면서 주의보·경보·중대경보 대신 정보·주의보·경보로 기준을 바꿨기 때문에 당분간 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 황사 예보를 위한 관측망이 안면도·군산·관악산 등 세곳에 불과해 기상청 특보의 정확성이 의문시된다.

기상청 관계자들조차 "관측망과 장비를 확충해 인공위성을 이용한 예측기술 향상 등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당 1천㎍이 넘을 때마다 매번 휴교령을 내리도록 권고할 것인가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준비가 부족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여론에 이리저리 떠밀려 다닌 탓에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불러왔다"며 "정책 결정의 유연성과 무모함은 구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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