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강성노조들 '노사협력' 상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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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제정한 신노사문화대상 수상 기업에 KT와 LG석유화학 등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일부 노조의 강성 투쟁이 여전한 가운데 협력적인 노사문화가 저변을 넓혀 가고 있는 것이다.

17일 대통령상을 받는 KT(옛 한국통신) 노조는 1995년 4월 보라매공원에서 조합원 3만여명이 모여 파업결의 집회를 열어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국가 전복세력'으로 규정될 만큼 강성으로 유명했다. 당시 노조위원장은 노동계에서 강경파로 분류된 유덕상 전 민주노총위원장 대행이었다.

KT 노조는 파업이 제한된 국가 기간산업인데도 불구하고 98년 7월 이틀 동안 민영화 반대 파업을 했으며, 2000년 12월엔 선로와 114 분사 반대를 위해 5일간 파업을 벌였다.

이런 노조가 2001년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강경 투쟁에 대한 조합원들의 피로와 불신이 높아졌고 민영화로 직원들에 대한 대우도 개선됐기 때문이다. 노사는 민영화와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기구를 설치, 중요한 현안을 대화로 풀어나갔다. 지난해 9월엔 노조가 먼저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구조조정할 것을 제안, 5500명을 명예퇴직시켰을 정도다.

이 과정에서 500명의 노조원이 명퇴를 거부하고 지난 5월 국가인권위에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제소하는 등 일부에선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KT는 대립적 노사문화를 청산하고 노사협력을 선도한 공로로 최고상을 받게 됐다.

하이닉스도 노사가 협력해 위기를 극복한 점을 평가받아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하이닉스는 D램 반도체 업체 세계 '빅4' 중 유일하게 노조가 있는 회사다. 1999년 현대전자와 LG반도체를 합쳐 만들어진 이 회사는 출범 당시 합병당한 LG반도체 쪽 노조와 사측 간의 갈등이 심했다.

하지만 반도체 불황으로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자 노조가 생존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노조가 앞장서 2000년부터 4년간 임금을 동결했고 각종 복지혜택도 줄였다. 노사가 합의해 강제적인 인원 감축보다는 순환 무급휴직을 통해 고통을 분담했다. 그 결과 하이닉스는 올해 2조5000억원의 경상이익 실현을 예상할 정도로 경영이 정상화되고 있다.

국무총리상을 받은 LG석유화학도 민주노총 사업장이지만 공장 설립 이후 14년간 단 한차례도 노사분규를 겪지 않았다. 올해 같은 여수지역 공동투쟁본부 소속인 LG칼텍스정유 노조가 파업할 때도 대화를 통해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했다.

신노사문화대상은 2000년부터 노사협력에 공로가 큰 업체에 주는 것으로 올해 수상업체는 ▶대통령상 KT, ㈜애경피앤씨 ▶국무총리상 하이닉스반도체, LG석유화학, ㈜태평양, 나라앰앤디㈜ ▶노동부장관상 KOTRA, 대구의료원, 윌로펌프㈜, ㈜킹스코 등이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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