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무대 여성극작가 돌풍 특유의 섬세함에 과감함까지 "남성전유물"고정관념도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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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맨해튼의 문화계에 봄 바람 대신 여성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미국 연극의 산실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여성 극작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6월 초 발표될 토니상 연극 부문의 최우수상이 이번에는 여성 작가에게 돌아갈 것이란 소문도 들린다.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고 있는 여성 극작가 의 작품은 수전 로리 팍스(38)의 '톱독/언더독', 메리 지머만(41)의 '변신 이야기', 미셸 로우의 '스멜 오브 더 킬', 헤더 맥도널드(42)의 '언 얼모스트 홀리 픽처' 등. 오프 브로드웨이까지 합치면 여성 극작가들의 작품은 10여편을 넘는다.

'톱독/언더독'은 항상 링컨 대통령 흉내를 내는 링컨과 좀도둑인 그의 동생 부스가 갈등 끝에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는 내용으로 현재 앰버서더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변신 이야기'는 '미다스의 황금손''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등 6개 신화를 현대물로 각색한 것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가을 시카고를 거쳐 '세컨드 스테이지'라는 뉴욕의 오프 브로드웨이 극장에 먼저 올랐다가 연일 매진되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최근 브로드웨이의 서클 인 더 스퀘어 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재공연에 들어갔다.

자신들을 돌보지 않는 남편들을 멀리 하려는 세 명의 여성 얘기를 다룬 코미디극 '스멜 오브 더 킬'은 헬렌 헤이스 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다. '언 얼모스트 홀리 픽처'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딸 문제로 번민하며 일상생활에서 기적을 바라는 성당 정원관리사의 심리상태를 그린 1인극이다.

이처럼 여성 극작가들의 작품이 브로드웨이에서 뜨는 것은 ▶남성 작가들이 미처 생각지 못하는 부분까지 섬세히 다룰 줄 아는 정밀 묘사 기법을 동원하고 있는 데다 ▶여성이 작품을 쓴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과감한 터치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으며 ▶브로드웨이 작품은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타파됐기 때문이다.

한편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의 부인 마르타 도밍고도 최근 오페라 연출가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문을 두드렸다.

소프라노 가수 출신인 마르타가 연출한 작품은 지난 1일 메트 오페라에서 공연된 '슬라이'로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원작으로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의 작곡가 에르마노 볼프 페라리(1876~1948)가 만든 작품이다. 오페라 연출가로 여성이 발탁되기는 뉴욕에서 드문 일로 '여성 진출의 서곡을 연 계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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