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내식구 감쌀 생각'접었다 : 金고검장 사법처리 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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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 초까지 서울지검장을 지내며 '검찰 실세 중의 실세'라고 불린 김대웅(金大雄)광주고검장이 검찰 수사 정보를 이수동(李守東)씨에게 유출한 장본인으로 지목돼 검찰이 그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세웠다. 金고검장은 "수사상황은 알지도 못했다"고 펄쩍 뛰고 있지만 검찰은 金고검장 소환을 앞두고 구체적인 법리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일단 金고검장 소환시기를 다음주 초로 늦추고 이수동씨와의 통화내용을 아는 제3자 또는 金고검장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찾고 있지만 사법처리 수순을 밟는 데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수동씨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관계자의 진술과 정황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도승희(都勝喜) 전 서울시정신문 회장이 특검팀에서 한 "이수동씨가 검찰 간부로부터 내가 수사를 받게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는 진술이 있다.

또 이수동씨가 金고검장에게서 연락을 받았다는 지난해 11월 6일 무렵 두 사람이 여러 차례 통화한 것이 통신기록으로 확인됐다. 이런 점들은 金고검장을 지목한 이수동씨 진술의 신뢰도를 높여준다. 특히 李씨가 그동안 의리를 내세워 한달 가까이 입을 다물고 있다가 진술한 것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대검 중수부의 수사상황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金고검장의 주장도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있다.

대검에서 이용호 게이트 수사를 시작하기 석달 전인 지난해 5월까지 중수부장을 지낸 金고검장은 당시 중수부 검사 및 수사관들과 친분이 두터웠다. 검찰 곳곳의 수사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별도의 채널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검찰 관행상 서울지검장은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면 얼마든지 중수부의 수사상황을 알 수 있는 위치다.

검찰 수뇌부는 金고검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식구 감싸기'라는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에서다.

검찰은 '옷로비' 수사 때 사직동팀 보고서를 유출한 혐의로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부 장관과 박주선(朴柱宣)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구속했었다.

검찰은 10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직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기밀사항을 유출할 때에도 적용된 판례가 있음을 확인했다. 또 정해진 보고라인 밖의 간부에게 수사상황을 전달한 검찰 관계자의 처벌이 가능한지도 검토했다. 金고검장뿐 아니라 이번 사태에 연루된 검찰 관계자들을 모두 밝혀 책임을 묻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혀진다.

이용호 게이트 재수사에 착수하며 '산을 넘는 심정'을 말했던 이명재(李明載)검찰총장이 검찰의 '정치 권력 유착'과 '조직 기강 해이'를 수술대에 올려 놓고 어떤 형태로 제 살을 도려낼지 주목된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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