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수 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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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수원 음식의 대표선수는 갈비다. 갈비도 그냥 갈비가 아닌 '왕'이란 접두어가 붙는 '와~앙'갈비다.

옛날 왕이 먹던 갈비가 아니라 손바닥만한 갈빗대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갈빗대에 붙은 살코기도 다른 곳의 갈비와 비교가 안될 만큼 큼직하다.

갈비 한대만 펼쳐도 불판을 거의 가릴 지경. 화로 위에서 노릇노릇 간이 배어 익어가는 살코기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수원지역 향토음식 전문가인 박종숙씨는 "수원갈비는 1940년대 수원 영통시장 싸전거리에 있던 화춘옥에서 시작된 양념갈비를 말하는데 고(故)박정희(朴正熙)대통령이 모내기 행사 등에 참가했다가 이 집에서 식사한 뒤로 더 유명해져 수원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수원갈비의 또 다른 특징은 양념갈비를 꼽는다.

다른 지역 갈비와 달리 간장 대신 소금으로 간을 해 고기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설탕도 많이 쓰지 않아 크게 달지 않다. 고기를 연하게 만드는 연육 재료도 기피해 육질이 질긴 편. 그러나 살코기에 잘게 칼집을 넣어 씹는 데는 큰 부담이 없다.

양이나 가격은 업소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4백g에 2만원. 서울 등지의 절반 가격인 셈이다.

집집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밑반찬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꽃게로 담근 게장이나 과일소스를 뿌린 야채샐러드 등이 기본이다.

반찬 가짓수가 20여가지에 달하는 곳도 있다.

주차공간은 물론 내부 시설도 무척 좋아졌다.

갈비집이라고 해서 연기가 자욱한 곳이 아니다. 후드를 식탁 아래쪽에 설치해 고기 연기가 나지 않는다.

외국 관광객을 배려한 식탁도 눈에 띈다. 일본식으로 발을 뻗을 수 있고 등받이 의자를 준비한 곳이 많아졌다. 고기를 먹고 난 뒤에는 갈비뼈를 넣은 된장찌개로 식사를 하는 것이 제대로 수원갈비를 즐기는 방법이다.

식사만 하려면 '갈비 반,국물 반'인 갈비탕을 먹는 것도 요령. 갈비탕은 수익이 떨어져 집집마다 점심시간에만 일정 양을 정해서 한정판매한다.

수원=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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