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조정다운'조정 받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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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해 10월 이후 거침없이 내달렸던 증시가 모처럼 조정다운 조정을 받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3일 918.59를 기록한 이후 사흘(거래일 기준)연속 떨어졌다. 특히 7~8일 이틀 동안 지수는 29.3포인트 떨어지며 880선으로 주저앉았다.

외국인의 순매도 물량을 소화하고 있는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도 요즘 주가를 떠받치기엔 버거운 듯하다.

고객예탁금과 주식형 펀드의 자금유입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는 걸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주가 조정의 가장 큰 원인은 최근 6개월 연속 주가가 오른 데 따른 부담이다. 주가가 6개월 연속 오른 적은 1986년 한 차례 있었으며 7개월 연속 오른 적은 없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과열을 식히기 위한 일시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기력이 소진된 개인과 기관=주식투자를 위해 개인들이 증권사 계좌에 예치해 둔 고객예탁금은 12조원대에서 맴돌고 있다.

비록 지난 8일 고객예탁금이 3천6백52억원 늘었지만, 이는 일시적인 증가로 보인다. 이날 늘어난 금액 중 상당부분이 공모주 청약대금 환불금액으로 조만간에 증권계좌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식형 펀드(수익증권+뮤추얼펀드)도 지난달 말 9조원 선을 넘은 이후 좀처럼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마이다스에셋 조재민 사장은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을 넘어서자 법인과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이들은 주가가 850~860선까지 조정을 받으면 다시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정의 폭은 크지 않을 듯=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주가가 조정을 받더라도 850선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정을 기다리는 자금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마이다스 조 사장은 "주식매수 시기를 놓친 법인 투자자들은 웬만큼 조정을 받으면 매수에 가담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조정의 관건은 19일 발표 예정인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투자자문 박종규 사장은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일반인의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로 발표되면 삼성전자 주가가 안정세를 되찾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종합지수도 크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장기 상승추세는 유효=LG투자증권은 1000선 돌파 이후에도 중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처럼 일시적으로 1000선을 돌파했다가 500선까지 되밀리고, 다시금 1000선을 돌파하는 순환장세가 끝나고 미국처럼 지속적으로 주가가 오른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경영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는 데다 주가가 여전히 국제적인 기준으로는 저평가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고 이 증권사는 설명했다.

또 삼성증권도 최근 주가상승 속도가 경기호전 속도에 비해 다소 빠른 감이 있지만 지수가 고점에 도달할 정도로 많이 오른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김도현 애널리스트는 "과거 대세 상승기에는 시가총액이 유동성(M2)의 1백%선을 넘었지만 지금은 60~70%수준으로 여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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