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글리시 축구 용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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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파이팅'은 토착화한 외래어로 이제는 거의 우리말처럼 느껴지는 단어다. 그러나 영어권에서는 이 단어를 '이겨라' 혹은 '힘내라'라는 뜻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외국인들 앞에서 "우리 팀, 파이팅"이라고 외치면 아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영어권에서는 이럴 때 '고(Go)'라고 말한다. 국내에서는 많이 사용하지만 외국에서는 쓰지 않는 '스포츠 콩글리시'가 많다. 축구도 예외가 아니다.

신문·방송에도 자주 등장하는 '센터링''골라인 아웃''터치 아웃''골인'이라는 용어부터 살펴보자. 측면을 따라 돌파한 뒤 가운데로 볼을 띄워올린다는 뜻인 '센터링'은 외국에서는 '크로스(cross)'라고 표현한다. '골라인 아웃'은 '오프 더 볼(off the ball)'이 맞는 말이다. '터치 아웃'이란 표현은 외국에선 아예 찾아볼 수도 없다. 볼이 그라운드 밖으로 나가면 '오프(off)', 들어오게 되면 '온(on)'이라고 한다. 인과 아웃은 선수를 교체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골인'의 경우에도 '골'이 올바른 용어다. 골인은 육상이나 마라톤에서 선수가 결승선을 넘어설 때 쓰는 말이다.

그렇다면 유니폼이란 단어는 어떨까.

유니폼은 콩글리시는 아니지만 제복이나 근무복을 지칭하는 것으로, 국내에서 흔히 쓰는 것처럼 운동선수들의 옷을 뜻하는 단어가 아니다. 운동복 전체를 가리킬 때는 '키트(kit)'라고 하며, 상의는 '저지(jersey)', 하의는 '팬츠(pants)'라고 한다. 백넘버라는 용어도 없다.

'저지 넘버(jersey number)'가 맞는 말이다. 이같은 용어는 대부분 일본에서 건너와 그대로 굳어진 것이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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