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서울시장 후보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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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6·13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김민석(金民錫·38)의원과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61)전 의원이 맞붙는다. 1천만 서울시민의 차기시장 후보로 결정된 두 사람은 벌써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선거 결과가 연말 대선의 향방을 재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젊음과 개혁론'을 내건 金후보와 '경륜과 행정CEO(최고경영자)'를 강조하는 李후보의 색깔은 확연히 다르다. 두 후보를 만났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

"시민들의 복지 우선 고려"

나이보단 능력·소양이 더 중요

-38세의 나이로 집권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뽑혔는데.

"새로운 시대감각과 행동양식을 요구하는 당원과 시민들의 선택으로 받아들인다. 당선되면 서울시를 젊게 하고 시정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힘을 쏟겠다."

-젊음만으로 거대도시를 관리할 수는 없다. 뉴욕·도쿄 등 외국 대도시 시장을 보면 30대 시장 출마는 무리 아닌가.

"일을 하는 데 나이가 왜 문제가 되는가.시장은 시민의 대표고 정책 결정권자다. 시민의 가려운 데를 긁어줄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췄느냐가 중요하다. 국회에 진출한 뒤 행정부처와 숱하게 머리를 맞대고 일했기 때문에 행정경험은 오히려 李후보보다 앞선다고 본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론 젊은 시장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 않겠는가.

"서울시 5만명의 공무원 가운데 40대 이상 간부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안다.물론 한국사회에서 나이는 중요하다. 하지만 일과 나이는 별개다. 행정 경험이 풍부한 공무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시정에 충분히 반영하면 조직이 원만하게 돌아갈 것으로 믿는다."

-시의 시급한 현안은.

"교통·환경·주택 등 많지만 우선 교통문제를 꼽고 싶다. 대중교통 확충과 도심 교통체증 해소로 시민의 발을 편하게 해야 한다."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데.

"시장 논리를 무시할 순 없지만 아파트는 공공재와 복지 측면에서도 봐야 한다. 단순히 시장 논리만 가지고 풀 수는 없다.'시장 친화적'으로 하면서 값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본다."

-李후보가 청계천을 복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강남북 불균형 문제를 청계천으로 풀려면 무리가 있다고 본다.재개발과 복원 문제는 별개다. 정책은 현실이자 선택인 만큼 단기적으론 교통문제 등이 얽혀 불가능할 것 같다. 강북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해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특성있게 개발하는 다양한 대안이 필요하다."

-원지동 추모공원은 조성돼야 하는가.

"현재로선 고건(高建)시장이 해결할 문제라고 본다. 시장에 당선해 취임 때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방도를 찾겠다."

-金후보는 운동권 출신이지만 지난해 말 민주당 쇄신파동 때 쇄신파와 거리를 두었다. '개혁'이란 슬로건과 실제 행동이 다른 게 아닌가.'5·18 술자리' 사건도 구설수에 올랐다.

"개혁을 통해 변화와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는 소신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당내의 개혁파와 거리를 둔 적은 없으며 토론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5·18 사건'은 이미 오해가 풀렸지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운동권 출신인데 공개한 재산이 6억원이 넘는다.

"(웃으며)사실 아내(김자영 전 KBS 아나운서)에게 미안할 뿐이다.이번 선거 출마로 공탁금 1억원을 내서 재산이 더 줄어들게 됐다. 사실 재산은 아내가 15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은 퇴직금 등이 대부분이다."

-이명박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1970년대 건설경기를 이끌었던 불도저식 추진력은 존경할 만하다. 그러나 21세기에는 李후보의 그런 낡은 행동·사고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李후보는 공직자로서의 도덕성이나 정책 능력·자질 등도 검증되지 않았다. 나는 모든 면에서 떳떳하다."

<한나라당>

이명박 前의원>

"市政에 경영마인드 도입"

패기만으론 업무수행 힘들어

-경선을 거친 金후보와는 달리 李후보는 4일 한나라당 후보로 단독 추대되는데.

"아쉽다. 그러나 홍사덕(洪思德)의원이 중도 사퇴하는 바람에 당원들이 추대한 만큼 경선을 거친 것이나 다름없다."

-시장 선거에 뛰어든 이유는.

"거대도시 서울은 일도 많고 문제 또한 다양하다. 민원이 끊이지 않는 교통·환경·주택·복지 문제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행정가들은 문제를 해결할 추진력이 약하다. 오래 전부터 살 맛 나는 서울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행정CEO를 내걸었다. 경영과 행정이 똑같지는 않은데….

"이제는 행정에도 기업 경영 마인드를 도입해야 할 때다. 서울의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비즈니스 역량은 크게 떨어진다. 한마디로 도시 마케팅이 부족한 탓이다. 시정(市政)에 경영기법을 접목하고 인프라를 확충하면 서울을 동북아 중심도시로 탈바꿈시킬 자신이 있다."

-'불도저'로 알려져 거부감도 있을텐데.

"경영은 치밀한 사전 계획과 분석을 거친 뒤 결정하는 것이지 앞뒤도 안 재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게 아니다. 행정 또한 사전에 면밀히 검토한 뒤 옳으면 결단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서울시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대중교통이다. 며칠 전 버스조합을 방문해 고충을 들어봤다. 적자가 나니까 노선을 줄이게 되고 결국 서민들만 불편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요금체계를 바꾸는 등 경영을 개선해 대중교통의 질을 높여야 한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시가 제동을 걸겠다고 한다.

"근본적으로 공급이 달리기 때문이다.재개발을 통해 물량을 늘리고 서민들을 위해 임대주택을 많이 짓는 게 급선무다. 주택이 투기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분양가 자율화나 원가연동제 등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청계천 복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실현 가능한가.

"강남북의 균형개발과 환경보호를 위해 꼭 필요하다. 청계천에 맑은 물이 흐르고 주변을 문화·청소년 거리로 만들면 서울이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다. 당선되면 임기 내 착공하겠다. 복원 예산도 시비 3천억원에 나머지는 민자를 유치하면 된다. 한해 시 예산이 11조원 정도니까 허리띠를 졸라매면 3천억원 정도는 아낄 수 있다. 별도 예산이 필요한 게 아니다."

-원지동 추모공원 건설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시와 주민들 간에 절충점이 있다고 본다.당선된 이후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적극 해결하겠다."

-지난 15대 총선 때 선거법 위반으로 위원직을 상실하고 1995년엔 서울시장 경선에서 떨어지는 등 정치적 풍파가 많았는데.

"정치적 기득층에 견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쓰라린 경험이 오히려 약이 되고 있다."

-재산이 1백75억원이나 된다.

"대부분 현대 근무 당시(70년대) 벌었던 10억원 정도가 불어난 것이다. 그동안 집과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이지 투기한 적 없다. 깨끗해도 부자가 되는 청부(淸富)의 모범을 보이겠다."

-김민석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운동권 출신이 정치인으로 성공했다고 본다. 시장 후보로 선출된 것도 축하한다. 그러나 패기만으론 다스릴 수 없는 게 공직사회다. 金후보는 경륜과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고 본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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