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당분간 더 떨어진다 하지만 폭락은 없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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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호 24면

부동산을 사고파는 현장에서 ‘풍향계’ 역할을 하는 중개업자들은 최근 주택시장 침체가 통계로 나타난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당분간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지만 현재 수준에서 바닥을 다질 것이란 낙관론도 적지 않았다. 주택시장 회복 시기에 대해선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무렵으로 보는 견해가 대다수를 차지했고, 폭락이나 장기침체를 예상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중개업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부동산 경기는

경기 지역 침체, 심각한 수준
우선 ‘영업하는 지역의 집값이 올해 1월 초와 비교해 얼마나 떨어졌느냐’고 물었다. 열 명 중 약 여섯 명(58.9%)이 ‘5% 이상’이라고 답했다. 하락률이 ‘3~5%’라는 응답도 열 명 중 1.5명(15.5%)에 달했다. ‘집값의 변동이 없다’(12.6%)거나 ‘올랐다’(1.4%)는 소수에 불과했다.

지역별 격차도 상당히 컸다. 수도권 주택시장의 전반적 침체에도 불구하고 서울 비강남권은 사정이 다소 나은 편이었다. 비강남권에서도 집값이 ‘5% 이상 떨어졌다’(50%)가 가장 많았지만 다섯 명 중 한 명(20%)은 ‘집값에 변동이 없다’거나 ‘올랐다’고 답했다. 반면 경기·인천 지역은 상황이 매우 심각했다. ‘5% 이상 하락’이라는 응답자가 세 명 중 두 명(66.7%)으로 서울 평균(53.7%)보다 훨씬 많았다. 서울 강남권에선 ‘5% 이상 하락’이 59.7%를 기록했다. ‘집값에 변동이 없다’거나 ‘올랐다’는 6.4%에 불과했다.

첫 번째 질문에서 집값이 떨어졌다는 중개업자(176명)를 대상으로 단기적인 집값 전망에 대해 물었다. ‘조금이라도 더 떨어질 것’이 94명(53.4%)으로 절반을 조금 넘겼다. 폭락이라 할 만한 ‘5% 이상 추가 하락’을 내다본 경우는 열 명 중 한 명 정도(19명, 10.8%)에 그쳤다. 반면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은 76명(43.2%)에 달했다. 4명(2.3%)은 ‘오를 것’이라고 답했고, 2명은 무응답이었다.
 
‘강남불패’ 신화는 살아있다
주택시장이 회복하는 시점으로는 6개월~1년 뒤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열 명 중 약 여덟 명이 올해 하반기(39.6%)나 내년 상반기(39.1%)라고 내다봤다. 3년 이상 장기침체를 전망한 경우는 4명(1.9%)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내년 하반기(13.5%)나 2012년(3.9%)이라고 답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경제 성장률이 5%대의 호조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독 주택시장만 침체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계절적으로 비수기란 점을 감안해 당분간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더라도 4분기 무렵에는 반등의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수도권 대기 물량 등을 고려할 때 집값 반등폭이 크기는 어렵다”며 “서울보다는 경기 지역에 수요 대비 공급이 많은 게 현실이기 때문에 경기 지역은 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강남불패’ 신화는 중개업자들의 머리에 거의 그대로 살아 있었다. 유망 투자지역으로는 90명(43.5%)이 서울 강남권을 꼽았고, 다음은 뉴타운(21.3%)·경기도신도시(15.5%)·보금자리(12.1%)·인천신도시(5.3%)의 순이었다. 특히 서울 강남권 중개업자들은 네 명 중 약 세 명(72.6%)이 자신이 영업하는 강남권을 유망 투자지역으로 꼽았고, 투자 대상으로 재건축(48.4%)을 가장 선호했다.

반면 서울 비강남권 중개업자들은 뉴타운(38.6%)을 강남권(31.4%)보다 조금 더 중시했다. 유망 투자 대상으로는 재개발 가능성을 의식한 단독주택(22.9%)과 오피스텔(20%)을 골랐다. 경인 지역 중개업자들은 유망 투자 대상으로 재건축(24%)·오피스텔(24%)·토지(26.7%)의 세 가지를 비교적 고르게 꼽았다. 유망 투자지역으로는 경기도 신도시(36%)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강남권(30.7%)을 고른 비율도 적지 않았다.

김 연구위원은 “강남권은 내년에 신규 입주 물량이 거의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교육 등 수요 유발요인이 생기면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북 지역은 경기가 살아나면서 뉴타운·재개발 사업의 진행이 빨라지면 소형 주택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설문조사 어떻게 했나
중앙SUNDAY의 부동산 중개업소 설문조사는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회원업소를 대상으로 했다. 중앙일보 여론조사팀 소속 전문조사원이 8일 일일이 전화를 걸어 참여 의향을 물어본 뒤 조사를 진행했다. 전체 308개 업소 중 207곳이 설문에 응했다. 질문은 모두 여섯 개였고, 응답자가 질문마다 다섯 개의 보기 중 하나를 고르도록 했다. 설문 대상으로 중개업자를 선택한 이유는 이들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전문가이면서 부동산 시장의 현장 분위기와 시세 정보 등에 밝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이 영업하는 지역이 아닌 곳이나 전반적인 시장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조사 대상을 최대한 지역별로 안배했다. 지역별 응답 비율은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62곳(30%), 비강남권 70곳(34%), 경기·인천 75곳(36%)이었다. 중개업자는 시장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이해 관계자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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