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太' 주변의 게이트 연루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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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태평화재단 간부와 김대중 대통령 차남 홍업씨의 개인 사무실 여직원의 정현준 게이트 연루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아태재단의 이수동 전 상임이사와 김병호 행정실장, 김홍업씨의 강남 사무실 여직원 등 세명이 정현준 게이트에 연루된 평창정보통신 주식을 주당 1만원에 5천주(5천만원어치)씩 샀다가 주가가 폭락하자 원금에 월 2%의 이자를 붙여 몇달 만에 돌려받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당시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했던 것으로 알려져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주식을 사들였다가 주가가 떨어질 경우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다면 땅 짚고 헤엄치기다. 이는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라 특혜나 상납·뇌물 성격이 짙다고 봐야 한다. 장내찬 금감원 전 국장은 같은 회사의 주식을 샀다가 주가 폭락으로 손해를 보게 되자 원금을 돌려받았으며,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살했다.

문제는 특혜 거래의 당사자가 아태재단 등 권력 실세 주변 인물이고 벤처 기업은 주가 조작과 정·관계 로비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주가 주식에 투자한 고객의 손실액을 자기 돈으로 보전했다면 동기와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특히 고객이 권력 핵심 주변의 특정 기관 관계자들이라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행위의 순수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아태재단 상임이사였던 이수동씨는 이미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특검의 이용호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홍업씨의 오랜 친구이자 최측근으로 수배된 김성환씨가 말썽이 된 평창정보통신의 모회사인 평창종건과 거액의 자금 거래를 해 온 것으로 밝혀졌으니 이용호·정현준 게이트의 접점이자 구심점이 드러난 셈이라 할 수 있다.

홍업씨가 최근까지 강남구 역삼동에서 운영해 온 개인 사무실도 관심거리다. 홍업씨는 아태재단 부이사장으로 재단 내에 사무실이 있었다. 그런데도 강남에 별도의 개인 사무실을 차려 놓고 직원을 상주시켜 온 것으로 밝혀졌으니 사무실 규모나 업무 내용·용도·인건비를 비롯한 운영 경비 등 궁금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YS 정권 때의 김현철씨 사건 이후 대통령 아들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점에서 홍업씨의 투명한 처신과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의혹의 핵심은 검찰이 풀어야 한다.벤처 기업의 주가 조작 의혹을 둘러싼 권력 실세들의 개입 여부가 초점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아태재단 간부와 여직원이 누린 특혜는 정점을 겨냥한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계좌추적을 하던 차정일 특검팀이 "못 볼 것을 봤다"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용호 게이트와 정현준 게이트, 최근 새삼 불거지고 있는 진승현 게이트의 전모와 상관 관계를 밝혀내는 것이 '이명재 검찰'의 당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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