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佛만화 '13' 번역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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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만화책 하나가 프랑스를 달구고 있다. 이름하여 '13'. 기억 상실증에 걸린 특수부대 출신 남자의 모험담이다.

'13'은 1984년 첫권이 나온 이래 지금까지 15권이 출간됐으며 총 9백만권이 넘게 팔리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2000년 10월 출간된 14권은 『해리포터』를 누르고 3주간 프랑스 서적판매 1위를 차지했으며 지난 3월 14일 출간된 15권은 2월부터 프랑스 아마존(인터넷서점)예약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프랑스 만화 전문출판사인 아트나인(www.art9.co.kr)을 통해 1부의 마지막인 7권 '8월 3일의 밤'이 최근 출간됨에 따라 그 열기를 직접 확인해 볼 수 있게 됐다.

'현대 만화의 일대 사건'이라는 찬사를 들은 이 만화는 장 반 암므(글)와 윌리암 방스(그림)라는 두 명의 걸출한 벨기에 출신 재주꾼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 만화의 매력은 질곡의 미국 현대사를 능숙하게 해석한 암므의 탁월한 스토리 구조가 방스의 사실주의적 화풍과 어우러져 독자들에게 손에 땀을 쥐는 스릴을 전달한다는 데 있다.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트윈픽스'와 'X파일'의 음험한 분위기를 간직하면서 '도망자'나 '두 얼굴의 사나이'에서처럼 자신을 둘러싼 비밀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주인공의 다급한 심정을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이하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 등장인물과의 진한 로맨스를 살짝 비켜가고 있는 것도 기존 프랑스 만화와 다른 특징이다. 동지애만을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시청자들의 성화를 불러일으킨 'X파일' 속 멀더와 스컬리 요원의 원형은 '13'에서 주인공과 그를 돕는 매혹적인 흑인 여군 존스 소령의 관계에서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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