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재단·정현준측 이해못할 株式거래 "추락株에 이자까지 얹어주기"상식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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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태평화재단 상임이사였던 이수동씨를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용호 게이트' 특검 수사에서 이용호씨의 주가조작에 대한 금감원 조사 무마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 드러나 구속된 그가 이번에는 정현준 전 한국디지탈라인(KDL)사장의 로비수단으로 사용된 평창정보통신 주식을 거래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관련자들은 그가 평창정보통신 대표 柳모씨의 대학 선배인 아태재단 김병호 행정실장의 투자 권유로 주식을 샀으며, 주가가 폭락하자 金실장이 원금과 이자를 받아준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자까지 쳐서 돌려받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 투자였다는 점에서 의혹은 가시지 않는다. 그가 김대중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고 아태재단의 실세였다는 점에서 그가 평창정보통신의 주식을 매입한 것이 단순한 투자 목적이 아니지 않으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보통사람이었다면 평창측이 이자까지 쳐서 투자금을 돌려줄 정도로 신경을 써줬겠느냐는 의문이다. 李씨가 주식을 매입한 시점은 정현준씨가 평창 주식을 통해 활발한 로비를 펼치던 시기였다.

더욱이 김홍업 부이사장의 개인사무실 여직원도 함께 주식을 산 데다 평창측이 金부이사장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어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평창정보통신의 자매사인 평창종합건설의 한 관계자는 "서울 송파구의 옛 사옥에서 金부이사장을 여러 차례 봤다"고 말했다.

이런 관계로 보아 柳씨가 모종의 대가를 의식하고 金부이사장이나 이수동씨에게 접근하는 수단으로 주식을 싸게 제공하는 방법을 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김홍업씨의 측근인 김성환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70억원 가량을 평창종합건설과 거래해온 사실이 드러난 상태다. 특검팀은 이 차명계좌의 주인이 김성환씨가 아니라 제3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었다.

그러나 柳씨는 2일 "동생이 친구 등 11~12명에게 투자를 권유했는데 사업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원금과 이자를 상환했다"며 "하지만 이수동씨 등이 주식을 샀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이런 의혹들을 강하게 부인했다.

한편 평창정보통신은 2000년 초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A사와의 라이선스 계약 및 코스닥 등록 계획을 발표하고, 정현준씨가 자금을 동원해 주가가 크게 뛰었으나 이후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주가조작 논란이 일었던 회사다.

검찰의 정현준 게이트 수사 땐 柳씨의 다른 회사에 정현준씨에게 불법대출을 해준 동방금고의 자금이 차명계좌로 흘러들어와 주가조작 시비를 무마하기 위한 로비자금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됐었다. 또 불법 대출 배후와 관련한 소문이 무성했으나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았었다.

이용호 게이트 재수사에 나선 검찰이 김성환씨와 평창, 아태재단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보여 앞으로 수사 진척에 따라 예상밖의 파문이 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상언·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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