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통역도 외국인에겐 큰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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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벌써 12년 전의 일이다. 어느 시중은행에서 일하던 나는 6개월간 중국 연수를 받으러 대만으로 갔다.

당시까지 2년 정도 중국어를 공부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타이베이에서 택시를 잡는 데서부터 숙소를 정하는 일까지 사사건건 언어의 벽에 부닥쳐야 했다.

택시 운전사는 내가 하는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숙소를 잡는 데도 전화로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간신히 집은 구했는데 상대방이 한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 또 문제였다. 배정받은 방이 창문도 없는 가건물의 허름한 방이었던 것이다.

휴대전화를 통한 언어 자원봉사인 BBB운동 소식을 접했을 때 나의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처음 대만에 갔을 때의 그 당혹감이었다.

"그때 누군가의 간단한 통역 도움만 받았어도 그렇게 황당한 일은 겪지 않았을텐데…."

중국 연수를 마친 후 한국계 은행 중국지점, 중국은행 한국지점에서 일하며 어느덧 한국 금융계의 중국통이 됐다.

12년 전 내가 당했던 일을 지금 방한하는 많은 중국인이 겪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서슴지 않고 BBB 참가신청서를 썼다.

이미 많은 중국인이 한국에 와 언어의 벽 때문에 난감해하는 모습을 본다. 이 운동을 통해 그들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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