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또 총파업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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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노총이 지난 2월 말 1차 총파업을 벌인 지 불과 한 달 만에 발전 노조에 대한 정부 대응을 투쟁 대상으로 삼아 재차 총파업을 시도하고 있다. 춘투(春鬪)가 이처럼 연례행사로 굳어지고 갈수록 강경노선으로 치닫는다면 노사정 관계의 앞날에는 물론 국가의 법 질서 유지와 경제에도 심각한 국면을 초래할 것이다.

노조가 정당한 요구를 적절한 방법으로 주장하는 데 이의를 달 국민은 없다. 그러나 이번 발전 노조 파업에 대한 동조 파업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발전 노사의 단협문제는 중앙노동위 중재로 일단락됐다. 민영화·해고자 복직문제만 남아 있지만 이는 단협사항이 아니다. 그런데도 수천명의 노조원은 파업을 계속, 국민 생활과 직결된 전력 공급에 차질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노총이 이를 지원하기 위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것은 또 하나의 불법 파업을 추가하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거듭 말하지만 발전 민영화는 이미 입법화해 시행에 옮겨진 지 오래다. 이를 원초부터 재론하자면 사회적 정책 결정 과정만 훼손하는 일이다.

총파업으로 경제에도 적지 않은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국내 경기는 내수 위주의 힘겨운 성장에서 이제 수출이 기지개를 켜 모처럼 동반 성장이 기대되는 국면이다. 더구나 외환 위기 이후 처음 국가신용등급이 A등급을 회복한 시점에서 총파업을 벌인다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리 없다.

다가올 월드컵과 대선 등 겹친 대사(大事)도 지금은 불법 파업의 시기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중요한 잔치를 벌여놓고 파업으로 시종해선 그렇지 않아도 노조가 강성으로 찍힌 터에 국제적 신인도는 뭐가 될 것인가. 물론 노사가 발전적 위상을 정립하지 못한 채 답보만 해온 데는 정부의 책임도 있다. 노사정 위원회가 정치적 해결만 도모하다 보니 노동정책의 법과 원칙은 경시되고 새로운 방향 정립은 더딘 면이 있었다. 특히 공기업의 경우 노조를 외면하고 협상 자리마저 기피해 무대응·무책임으로 일관하고 분규가 일어난 뒤엔 경영자측이 정부의 강경책 뒤에 숨어버리는 측면도 있었다. 이런 무사안일에 대한 철저한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발전 노조가 한 달 이상 업무를 나 몰라라 한 채 바깥으로 도는 것은 외국에서도 유례없는 일이다. 정부는 차질 없는 전력 공급을 다짐하지만 아슬아슬한 비상 국면의 연속이다. 발전 노조측은 상급단체의 강경 지도에만 끌려갈 게 아니라 서둘러 파업을 풀고 복귀한 뒤 대화에 나서도 늦지 않다.

정부는 이번 총파업이 민주노총 산하 노조의 결속력이 약해 산발적 부분 파업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산발적이든 부분적이던 불법 파업은 어디까지나 불법 파업이다. 명백한 불법 파업인 데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이 지원에 나서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발전 노조원의 피해만 가중시킬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자제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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