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비행기 탈 때 고탄성 스타킹 신으면 혈전 예방 효과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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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연말을 맞아 공항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즐거운 기분에 떠나는 해외여행이지만 비좁은 일반석(이코노미 클래스)에 앉아 장시간 여행을 하다보면 다리가 뻐근해지고 답답해지면서 집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기 일쑤다.

그렇다고 몸을 자주 움직이지 않으면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에 걸리기 쉽다. 다리 부위의 혈관 안에서 피가 굳으면서 혈전이 생기고 혈관을 막아 종아리가 아프고 붓는 현상이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영국의 로열프리 및 유니버시티 칼리지 의대의 의사들은 50세 이상 지원자 200명을 대상으로 장거리 비행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1명에게서 혈전이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은 2000년 영국 여성이 호주에서 런던까지 20시간 비행한 다음 이 증상으로 사망한 다음 국제적인 문제가 됐다. 국내에서도 건설교통부가 2002년 장거리 국제선 이용 경험자 131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가운데 40.4%가 일반석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고탄성 스타킹을 준비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최근 이탈리아 치에티대 연구진은 평균 연령 46.5세의 1000명을 2개 그룹으로 나누어 8~13시간 비행한 뒤 초음파 스캔장치를 이용해 다리 정맥을 검사했다. 그 결과 스타킹을 신지 않은 그룹에서 혈전이 발견된 비율은 4.6%에 달한 데 비해 무릎 아래까지 오는 고탄성 스타킹을 신은 그룹에서는 1.1%에서만 혈전이 발견됐다. 무려 4배의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한 또 다른 해법으로 전문가들은 혈액의 응고를 막는 아스피린의 복용을 권한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의대의 앤서니 로저스 교수팀은 혈전이 폐로 이동해 폐동맥을 막아버리는 폐색전증 예방을 위한 실험에서 아스피린이 폐색전증 발병률을 43%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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