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M&A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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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동안 잠잠했던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경기회복과 주가상승으로 미래를 밝게 보는 기업들이 몸집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톰슨 파이낸셜을 인용해 올 들어 지금까지 발표된 전 세계 M&A 규모가 1조7000억달러(약 1800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M&A 규모(1조3000억달러)를 능가하는 것이다.

신문은 전 세계에서 성사된 M&A 금액이 이달에만 800억달러며 현재 진행 중인 대형 M&A도 여러 건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전 세계 M&A 규모는 970억달러였다.

◆미국 기업이 M&A 주역=이번 달에 발표된 대형 M&A의 대부분은 미국 기업에 의한 것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이 피플소프트를 103억달러에 합병키로 한 것을 비롯해 ▶넥스텔과 스프린트의 합병(330억~360억달러)▶존슨앤드존슨의 가이던트 인수(225억~240억달러) 등 굵직한 M&A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CNN머니는 이번 주 안으로 올 한해 미국의 M&A 금액이 7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M&A가 활기를 띠면서 인수 프리미엄(웃돈)도 올라가고 있다. 특히 미국 기업은 적당한 인수업체를 손에 넣기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미국 업체들은 올해 M&A 협상 때 인수 대상업체의 주가에 28%의 프리미엄을 얹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6%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유럽도 M&A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탈리아 통신업체인 텔레콤 이탈리아는 이달 초 텔레콤 이탈리아 모바일 지분 44%를 인수하기 위해 265억달러를 투자했다.

◆왜 활기 띠나=최근 M&A가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경기 회복으로 미래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상승하고, 기업의 실적이 호전되면서 다른 기업을 인수해 몸집을 불릴 여력이 생긴 것이다.

예전 같으면 M&A설이 퍼지면 과도한 인수비용을 우려해 인수 기업의 주가가 떨어졌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오르는 경우가 많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지난달 정수 시스템 운영업체 아이오닉스를 약 50%의 프리미엄을 얹어 11억달러에 매수하겠다고 밝혔으나 주가는 오히려 10%나 올랐다.

이자율 상승도 M&A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인수 업체는 이자율이 낮을 때 싼 금리로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려 하기 때문에 요즘처럼 이자율 상승이 예상되는 시기에는 서둘러 M&A를 마무리지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몇 년간 하강기를 경험한 통신.기술 관련 업체들처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인 필요성에 의해 M&A에 나선 경우도 있다. 오라클이 피플소프트를 인수하려는 과정에서 오라클의 주가가 지난 8월보다 50% 가까이 오른 것도 '몸집 불리기'를 통해 경쟁적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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