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强 접전 팽팽… 앞날 안개속 : 전반전 끝낸 與 경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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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은 31일 전북 경선을 마치면서 반환점을 돌았지만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정국이 펼쳐지고 있다. 전체 16개 시·도 중 8개 지역이 끝난 현재 이인제(李仁濟)·노무현(盧武鉉)·정동영(鄭東泳)후보 모두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李후보는 경남·전북에서 모두 패했다. 경남에서는 盧후보에게 1천2백45표 뒤졌고 전북에서는 鄭후보보다 뒤지는 3등을 했다.

하지만 이날 李후보측의 표정이 가장 밝았다. 한 측근은 "노풍(盧風·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열풍)을 차단했다"고 단언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전북지역 선거인단 여론조사에서 李후보는 약 40% 대 20%로 盧후보에게 뒤져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선거에선 46표(2.1%)만 졌다. 종합순위에서는 아직도 3백99표 차이로 1위다.

盧후보 측도 경남·전북에서 모두 1위를 했기 때문에 불만은 없다. 종합순위 1위를 빼앗지는 못했지만 '시간문제'라는 게 盧후보측의 판단이다. 盧후보 본인도 "서두르지 않겠다"면서 자신감을 표시했다.

鄭후보도 전북에서의 2위를 토대로 전체 득표율에서 처음으로 두자리 숫자(12.1%)에 돌입했다. 민주당 경선은 전체 7만명의 선거인단 중 1만8천여명만 투표했기 때문에 상황변화에 따라 최종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세 후보 모두의 판단이다.

전북의 선거 결과에 대해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내에선 "미묘한 기류변화가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동교동계의 한 관계자는 "'노풍'을 바라보는 주류 쪽의 입장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盧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압도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후보 검증이 시작되고, 보혁(保革)구도로 선거판이 짜이면 과연 승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상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李후보가 중도 탈락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당권 한화갑-대권 노무현 구도로 가는 것도 경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경선의 향배는 오는 5,6,7일 열리는 대구·인천·경북 경선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지역에서 盧후보가 압승할 경우 '노풍'은 걷잡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盧후보가 여기에서도 종합순위 1위를 차지하지 못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李후보측은 보수적인 대구·경북과 충청인구가 30% 이상을 차지하는 인천에서 '노풍'을 차단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盧후보 측은 "대구·경북이 경선을 마무리지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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