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청자 할머니, 참여연대에 ‘눈물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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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7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건물 앞. 윤청자(67·사진)씨가 참여연대 출입문을 두드렸다. 그는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막내 아들인 고(故) 민평기 상사를 잃었다. 윤씨는 20분을 기다린 끝에 참여연대 이태호(43) 협동사무처장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사무처장을 본 윤씨는 “이북에서 안 죽였다고 하는데 누가 죽였는지 말 좀 해 보라. 모르면 말을 말아야지 뭐 때문에 (합동조사단 발표가) 근거 없다고 말하나”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윤씨는 “이북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말해도 한이 풀릴까 모르겠는데 왜 이북 편을 드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모르면 모르는 대로 넘어가야지 왜 외국에 서신을 보냈나. 외국에서도 도와주려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해결할 일을 왜 외국까지 알리나”라고 격앙된 어조로 따졌다. 윤씨는 복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했는지 말을 이어가기도 힘들어 했다. “어미 심정을 알아야지. 가슴이 터져서 시골에서 올라왔다. 한이 쌓인다. 심장이 뒤틀어지고 썩어간다. 하루 사는 게 지옥인데 내 가슴에 못 좀 박지 말라.” 그는 이 사무처장에게 격한 감정을 토해냈다.

천안함 사태로 아들 민평기 상사를 잃은 윤청자씨(왼쪽)가 17일 오전 참여연대를 찾아 이태호 협동사무처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무릎을 꿇은 채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중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윤씨는 이날 오전 9시20분부터 3층 회의실에서 이 처장과 35분간 면담하면서 천안함 사고 원인에 의혹을 제기한 방법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이 사무처장은 “저도 이 사건이 났을 때 백이면 백 북한이 한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모르겠다. (국방부가) 자꾸 말을 바꾸고 감사원 결과로도 허위로 (보고)한 게 드러났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북 편을 들려는 게 아니다. 정부가 감추는 게 많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씨는 “왜 여기서 훼방을 놓고 방해하느냐. 국회와 감사원에 가서 따져야지 왜 외국까지 가나. 안 되면 그냥 있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씨는 아들뻘인 이 사무처장 앞에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내 한을 좀 풀어달라”며 이 사무처장의 손을 잡았다. 그는 “죄 많은 어미의 한 좀 풀리게 깊이 생각해서 행동해 달라. 인제 그만하길 제발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윤씨는 오전 10시쯤 참여연대를 떠났다. 그는 지난 14일 “영해와 영토를 침범하는 자들을 응징하는 데 사용해 달라”며 1억원의 성금을 청와대에 기탁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오전 참여연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던 고엽제전우회 회원 한 명이 승합차에 LPG 가스통을 매달고 참여연대 사무실을 향해 돌진했다. 고엽제전우회 회원 300여 명이 항의 시위를 벌이는 도중 60대 회원 한 명이 자신의 승합차 보닛 위에 가스통을 줄로 묶은 채 차를 몬 것이다. 하지만 10여 명의 경찰관이 차량을 막고 운전자를 내리게 해 불상사는 없었다. 이 운전자는 “가스통을 진짜로 터뜨리려 한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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