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의 세테크] 개인이냐 법인이냐 … 창업 방식, 세율만으로 선택하는 건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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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40대인 A씨는 전자부품회사를 명예퇴직하고, 전자부품 관련 아이템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그가 개인 사업자와 법인 사업자 중 어느 쪽을 택하는 것이 절세에 유리한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개인 소득세율보다 법인세율이 낮아 법인을 만드는 것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소규모로 창업하는 까닭에 법인 설립은 부담스럽다. 개인 사업자와 법인 사업자 가운데 어떤 게 나은지를 판단하려면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매년 내야 하는 세율로 따져볼 때 사업 초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이 예상된다면 법인 설립이 유리하다. 소득세는 과세표준금액 기준으로 수익이 8800만원을 초과하면 35%의 소득세율이 적용되지만 법인세는 2억원 이상의 수익에 대해서도 최대 적용 세율이 22%로 한정돼 있다.

하지만 세율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법인 설립 절차가 복잡한 데다 취득세나 등록세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세금을 계산할 때 인정해 주는 비용과 이익의 범위도 개인인지 법인인지에 따라 다르다.

대표자 급여의 경우 개인 사업의 경우에는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다. 하지만 법인은 대표자 급여가 연도마다 발생한 수익에서 비용으로 차감된다. 주식 투자로 생긴 이익도 개인 사업자와 법인 사업자의 경우 세금을 내는 범위가 다르다. 주식 투자를 하는 개인 사업자의 경우 소액주주로 주식 등 유가증권을 팔아서 생긴 이익과 관련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반면 법인은 유가증권이나 유형자산을 팔아 얻은 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내야 한다.

사업으로 번 돈을 사용할 때도 개인 사업자는 수익에 대해 소득세를 내고 나면 이를 어떤 용도로 사용하든지 제약이 없다. 생활비로 쓸 수도 있고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인의 경우 대표자라고 해도 자본금을 출자해 주주로서의 권리를 누리는 것이기 때문에 임의로 법인 자금을 사용할 수 없다.

법인 자산을 개인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배당 절차를 거쳐 배당소득세를 내고 정당하게 수익을 분배받아야 한다.

사업의 방향을 정할 때는 세금 부담 외에 대외 신뢰도나 대표자의 책임 한도, 인력이나 외부 자금 유치 등도 고려해야 한다. 법인 사업자 설립에 따른 절차와 비용 등이 부담스럽다면 개인 사업자로 시작한 뒤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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