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지키는 사람들 ⑥ 흥타령천안스포츠클럽 황광원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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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회장(왼쪽)이 천안시청 이지훈 선수와 시합 연습을 하고 있다.

검도 기합 소리가 넓은 신방체육관 실내를 쩌렁쩌렁 울리게 했다. 50대 나이가 내는 소리로 믿기지 않았다. 황광원(55·뉴클린환경산업 상무) 흥타령천안스포츠클럽 회장이 천안시청 소속 이지훈(27)선수와 시합 연습을 하고 있었다.

황 회장은 검도 5단이다. 함께 연습한 이 선수(4단)는 “황 회장은 일주일에 꼭 서너번씩 체육관에서 우리 젊은 선수들과 연습한다”며 “아들 뻘인 우리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힘과 실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그러자 황 회장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선수들이 봐 주면서 하니까 같이 겨룰 수 있는 것”이라며 “선수들과 연습하면 일반인과 하는 것 보다 두세 배 힘들지만 제대로 땀을 흘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황 회장이 검도를 배운 건 성환에 검도도장이 처음 생긴 1992년. 그는 성환고 재학 시절 여러가지 운동을 했었다. 복싱은 전국체전에 참가할 정도였고, 태권도·유도는 고교생 때 초단을 땄다.

그러나 그는 검과도 인연이 깊었다. 중학교 때 돌아가신 부친이 궁중무예를 했다. 농부였던 부친은 지게 막대기를 잡고도 수시로 검 연습을 했다. 그는 그걸 보면서 컸다. 고교에 다닐 때 같은 동네에 경찰관을 퇴직한 검도인(당시 검도 8단)이 있었다. 그에게 검도 이야기를 들으며 검도를 선망의 무예로 삼았다. 이런 이유가 그를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 검도에 빠져들게 했다. 남들은 힘들어 했지만 그는 힘든만큼 쑥쑥 늘어나는 실력에 재미가 붙었다. 주위 사람이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실력이 늘었다. 그는 “폐활량이 늘고 하체와 허리가 튼튼해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검도는 정신 집중에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성환의 검도 도장이 1년 반에 문을 닫았다. 그만 둘 순 없었다. 평택으로 넘어가 도장을 다녔다. 그는 검도를 배운지 3년만에 초단을 따고 대회에 첫 출전했다. 95년 경기도검도선수권대회 장년부에서 개인 우승했다. 천안 성정동에서 강희표 사범이 운영하는 도장으로 옮겼다(강 사범은 2002년 창단 천안시청 검도팀 초대 감독). 황 회장은 연이어 96년 중암기검도선수권대회 우승, 97년 경기도민체전에서 준우승했다. 천안과 평택을 오가며 검도를 연마했다.

우승 퍼레이드는 98년 그가 늦깎이 대학생이 되는 바람에 멈췄다. 안성의 국립 한경대 환경공학과 야간학부를 다녔다. 그렇지만 당시 3단이던 그는 검을 놓지않고 틈틈히 연습했다. 2002년 대학졸업 후 다시 본격적으로 검을 잡았다.

복귀 첫 해 충남도지사기대회 우승을 장식했다. 50세가 되던 2004년부터 노장부로 넘어갔다. 전국대회인 한국사회인검도대회에서 3위 했다. 황 회장은 천안시생활체육회장(2005~2008년)이 되면서 대회 출전을 중지했다.

황 회장은 “이 때부터 천안에 검도도장이 잇따라 세워지기 시작해 현재는 10곳이 운영 중”이라고 했다. 어린이를 비롯해 중·고교생들이 많이 배우고 있다. 그는 “검도는 예의를 중시하는 무예인데다 정신 집중이 필수로 아이들 학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자신했다.

흥타령스포츠클럽 황광원 회장은 매주 서너 번 천안 신방체육관 검도장을 찾아 한두 시간씩 검도 연습을 한다. 검을 잡았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한다. [조영회 기자]

황 회장은 30대 초반 무릎이 좋지 않았다. 검도를 시작하면서 무릎 통증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발을 구르며 검을 내리치다보면 무릎에 무리가 갈 것 같은 데 되레 신기하게 좋아졌다고 한다. 검을 웅켜잡은 손과 구르는 발의 지압 효과가 큰 것 같다 .

검도는 ‘기(氣)·검(劍)·체(體)’가 하나가 돼야 한다. 숨 쉬기와 칼과 몸이 일체가 되는 수준은 어떤 경지일까?

그는 하루라도 검을 놓으면 불안하다고 한다. 얼굴을 가리는 호면을 쓰면 답답한 게 아니라 상쾌하단다. 호면과 배를 보호하는 갑상을 합쳐 호구(護具)라 한다. 호구 세트는 최소 40만원선으로 비싸다. 학부모들이 아이가 어릴 때 검도를 시키다 아이가 크면 중지시키는 이유다. 황 회장은 “그 돈을 아끼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무예를 갖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늙어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이 검도다. 황 회장은 지금도 70세 넘은 한 검도인에게 시합 연습에서 속절없이 당한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 손과 몸이 느려질지언정 눈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상대방 눈을 놓치면 쓰러진다’는 말이 있다. 고수들은 상대방 눈을 보고 그의 검이 어디로 향할지를 안다. 힘과 기술만으론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이다.

황 회장은 격주로 성환의 ‘호적수’와 겨룬다. 대학 때부터 검도를 한 김용현(54·성환)내과원장이 상대다. 그는 “한단 위인 김 원장과 서로 밀고 밀리며 땀을 쏟다보면 내가 검도를 잘 배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글=조한필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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