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경선연기론 충돌하나 : 한나라 내분수습 새 국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내분이 수습돼 가던 한나라당에 대선후보 경선 연기론이 다시 걸림돌로 등장했다.

김덕룡(金德龍)·홍사덕(洪思德)의원의 연기론에 비주류 의원들까지 가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이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지지도가 민주당 노무현 고문보다 낮은 상황에서 李총재를 대선후보로 내세워 지방선거를 치르면 지방선거 패배와 대선 패배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김원웅(金元雄)·김홍신(金洪信)·서상섭(徐相燮)의원 등은 28일 이런 이유를 들어 "5·10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을 먼저 치르고, 6·13 지방선거 이후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따로 열자"고 요구했다.

김홍신 의원은 생각을 같이하는 의원들을 '세(勢)규합 중'이라며 이미 "같은 생각을 하는 의원이 당내에 10여명"이라고 주장했다.

김덕룡 의원은 "李총재를 (지방선거 후 제기될 수 있는)후보사퇴론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번도 이 당을 떠나지 않았던 마당에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李총재가 연기론을 수용하면 대선후보에 나서겠다는 뜻"이라고 주변에서는 말한다.

그러나 주류측은 '연기 불가'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인 이상득(李相得)사무총장은 "민주당은 다음달 말이면 대선후보가 확정되는데, 야당이 '얼굴' 없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8·8 재보선, 9월 정기국회 일정을 고려하면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李총재측은 연기론의 속셈과 배경이 다른 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특보는 "오로지 李총재를 흔들겠다는 의도 아니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지방선거 뒤 정계개편 등을 염두에 두고, 지방선거에서 당이 패배하면 후보 교체론을 제기하려는 사전포석"이라는 것이다.

李총장은 "문제의 핵심은 연기론이 아닌 것 같다"면서 "李총재와 金의원의 신뢰회복을 위해 내가 먼저 金의원을 만나 설득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정계 보수중진 의원들은 李총재에게 "연기론은 여론의 공감대를 받기 어렵다. 金의원을 만나 다독일 필요도 없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주문했다.

최상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