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사랑의 회초리'전달 교권 바로 세운 서대전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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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7일 오전 10시 대전시 서구 월평동 서대전고 1학년의 한 교실. 담임 교사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두번째 적발된 학생(16)에게 "반성하라는 뜻에서 매를 대겠다"며 종아리를 걷으라고 지시했다. 학생은 매를 맞은 뒤 "잘못했습니다"라며 인사를 꾸벅 하고 자리에 가서 앉는다.

지난해 11월 이전엔 이같은 상황에서 학생들 대부분이 "내가 왜 매를 맞아야 하나요"라며 반항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요즘은 학생이나 학부모가 불만을 표시하는 일이 없다.

지난해 11월 5일 학부모·동문 등 1천여명이 모여 '선생님 존경대회'(본지 2001년 11월 6일자 31면)를 열었던 서대전고의 교권세우기 운동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교사나 학교에 불만이 있을 때 툭하면 걸려오던 학부모 항의전화나 학교 홈페이지에 이따금 실리던 불만의 글이 자취를 감췄다.

학부모 정인숙(丁仁淑·50·여)씨는 "사소한 일로 학교에 자꾸 민원을 제기하면 교사들이 소신있게 학생을 지도하기 어렵다. 지난해 12월엔 학부모들이 교육을 위해 체벌도 감수한다는 뜻으로 '사랑의 회초리' 70개를 만들어 교사 전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교 분위기가 바뀌자 학생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종전에는 수업 중에 잠자는 학생이 평균 5~6명이었으나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학생들이 잘못할 경우 가끔 매를 대지만 학생들도 모두 수긍하고 잘 따르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 학교의 스승존경운동을 올해 '교권세우기 운동' 수범사례로 선정해 전국 일선 학교에 소개하고 있다.

오원균(吳元均·56)교장은 "교사를 믿고 따르는 분위기가 5개월째 지속되면서 교실마다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면서 "학부모들 덕분에 교권이 바로 섰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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