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千里를 잇는 線의 천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호주에서 아름다운 해안도로로 손꼽히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선(線)의 천국'이다.

바다쪽 수평선은 눈이 시릴 만큼 선명하고,육지로는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리고 수평선과 지평선이 만나는 곳엔 기암 절벽의 수직선이 하늘을 찌른다. 대자연만이 뽐낼 수 있는 모든 선을 갖추고 있다.

해안도로는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서남쪽 75㎞쯤에 있는 질롱에서부터 넬슨까지 4백20㎞나 내리뻗는다 .감동과 경외의 천리길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희생된 군인들의 넋을 위로하고 퇴역 군인들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탄생했다. 10년에 걸친 대역사 끝에 1932년 완공되자마자 그 아름다움 때문에 세계적 명소로 떠올랐다.

질롱을 지나 우회로를 30㎞쯤 달리면 퀸즈 클리프(언덕)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핑 해변인 토키·벨스·잔 쥐크 해변이 이어진다. 벨스 해변은 키아누 리브스와 패트릭 스웨이지가 주연한 영화 '폭풍 속으로'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자동차로 1시간을 더 가면 십렉 코우스트(해안)가 나온다. 12 사도상(使徒像)~로크 아드 고지~런던 브리지를 잇는 약 1백여㎞ 구간은 그레이트 오션 로드가 자랑하는 절경의 파노라마다. 특히 12 사도상은 바다 위로 기이하게 솟아오른 바위들이 마치 예수 앞의 열두 제자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수백만년 전 해식(바다에 의한 침식)작용에 의해 12 사도상이 생겨났는데 자연의 파괴성이 소멸을 넘어 절경의 생성으로 이어진 것을 보여준다.

절경의 한폭을 이루는 '로크 아드'고지는 호주 사람들에겐 특별한 곳이다. 호주 최후의 이민선인 '로크 아드'는 움푹 들어간 협곡(고지)에서 난파를 당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매력적인 마을 워남불과 항구 포트 페어리로 이어진다. 워남불 로건스 해변에서는 5~10월에 고래를 구경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하늘을 보자. 쏟아질 듯 빛나는 남반구 별빛으로 샤워를 하는 기분은 그레이트 오션 로드가 주는 보너스다.

호주=임윤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