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도미노… '게임 중단'으로 가나 : 민주당 경선 파행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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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중권(金重權)후보가 25일 대선 경선에서 전격 사퇴한 데 이어 이인제 후보까지 사퇴 쪽으로 기움에 따라 민주당의 경선이 끝까지 치러지기가 어렵게 됐다.

李후보가 중대 결심을 하게 된 데는 金후보의 사퇴가 영향을 미쳤다.金후보가 사퇴함으로써 李후보는 마지막 기대마저 접어야 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외형적으로만 보자면 6개 지역 경선 결과 선두를 고수하고 있는 후보가 경선을 포기하는 것이 이상할지 모른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무현(盧武鉉)후보에 비해 지지도에서 상당히 뒤져 있는 데다가 이번 주말 경남과 전북 경선에서 선두자리를 내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다가 경선구도마저 盧후보에게 유리한 구도로 짜인 셈이다. 李후보측은 "결국 예정됐던 그림대로 가는 것 같다"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음모설을 제기했지만 입증하지는 못했다.

제주·울산 등 6개 지역 경선에서 김중권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전체의 12.6%(9백20표)다. 하지만 대구(4월 5일)·경북(4월 7일)경선에서는 이 지역 출신인 金후보가 적지 않은 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는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에서 김중권이 얼마나 선전하느냐에 따라 경선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영남이 전체 선거인단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김중권·노무현 후보가 표를 나누게 되면 결국 이인제 후보측이 어부지리를 얻게 된다는 계산이었다. 이에 따라 李후보측은 경기·서울 등 수도권에서 승부를 가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섞인 기대를 가졌던 것이다.

金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에서는 "어떤 후보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지만 "국민 대화합을 요구하는 광주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말로 李후보를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를 분명히 했다. "대전·충남 경선에서 몰표가 나오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며 李후보를 비난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李후보측 대변인 전용학(田溶鶴)의원은 즉각 "金후보가 울산에서 영남 후보들이 1,2등을 차지한 것은 언급하지 않고 충청 지역의 李후보 지지만을 지역 감정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金후보의 사퇴 배경에 의문표를 달았다.

정치권은 26일 李후보의 중대 결심의 내용을 주목하고 있다. 그가 회견에서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경선구도의 근본적 변화는 물론 향후 정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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