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천억 들여 형식적 검사 "健保 검진 하나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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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어두운 복도에서 시력검사를 하고 급조된 듯한 침대에서 심전도를 체크했습니다. 이런 형식적인 검사는 왜 합니까."

한 건강보험 가입자가 최근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 올린 건강검진에 대한 불만 사항이다.

건보공단이 연간 1천여억원 이상의 건보재정을 들여 시행하는 건강검진이 형식적이고 효과도 없어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건강검진은 1995년 성인병 진단과 조기 치료를 목적으로 시작됐다. 생산직 근로자는 매년, 사무직 근로자나 지역건보가입자·피부양자 등은 격년으로 시행한다.

1차 검진에서 혈액·소변·심전도·흉부방사선촬영 등 23개 항목을 검사한다. 95년에 만든 검사항목 그대로다. 상당수 건보 가입자들은 "성인을 대상으로 키·몸무게·시력을 재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면서 "당뇨병이나 암 등 정작 필요한 검사로 바뀌어야 한다"고 불만을 표한다. 의사의 진찰과 상담에서도 "아픈 곳이 없느냐"고 묻는 게 고작이라고 한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2000년 검사 대상자의 16%인 77만명만 검진을 받았을 뿐이다.

또 상당수 기업들은 건보공단의 검진을 믿지 못해 이보다 더 정밀한 별도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공단 검진은 무용지물이 되다시피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나마 직장 가입자는 83%가 검진했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이 검진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천3백36억원의 건보재정이 건강검진사업에 들어갔다. 불만이 쌓여왔지만 지금까지 문제점을 개선하려 한 적이 없다.

2천여곳의 건강검진 기관들의 불만도 높다. 99년 이후 동결된 검진료(직장 가입자 남자의 경우 2만4천여원)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7백여곳의 기관이 35%의 건보 가입자를 몰아가는 바람에 검진기관 간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복지부는 27일 국립보건원에서 시민단체·건보 가입자 대표·학계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어 ▶검사 항목이나 검사료의 적정성▶건강검진의 타당성 등을 논의해 다음달 초 개선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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