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광주비엔날레 29일 팡파르 93일 대장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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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총 예산은 지난 행사의 1백10억원대에서 30% 가량 줄어든 74억원으로 잡혔다.

이번 비엔날레의 특징은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3회까지 이어오던 대상·특별상 등의 시상제도를 없앴다는 점.둘째, 미국을 중심으로 한 현대미술의 흐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시아와 유럽지역 작가들을 대거 초청했다는 점. 셋째, 전시를 대륙별·국가별·장르별로 나누지 않고 각각 소주제를 지닌 네개의 프로젝트로 구성했다는 점이다.

성완경(인하대 교수)예술감독은 "미술은 액자에 담긴 작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기존의 비엔날레가 작품을 전시장에 걸어놓고 일방적으로 감상을 강요하는 성격이라면 이번 행사는 전시장 자체를 거대한 작품으로 간주해 그 안에서 펼쳐지는 관람객의 모든 행위가 하나의 퍼포먼스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엔날레관 1~4전시실에서 열리는 프로젝트1의 주제는 대주제와 같은 '멈춤'. 성감독과 찰스 에셔(스웨덴 말뫼아트센터 디렉터)·후 한루(독립 큐레이터)가 공동으로 기획해 29개국 2백3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공간은 도시의 거리처럼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화랑가를 산책하는 느낌을 주게 했다. 이를 위해 전시장의 모든 출입구를 개방, 한줄로 서서 전시를 관람해야 했던 기존의 불편함을 없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세계 각국에서 초청한 27개의 대안공간그룹(주류에서 벗어난 미술운동을 하는 단체). 이들은 자신들의 철학과 이념에 부합하는 전시를 현장에서 열어 전체 전시장은 각국의 대안공간이 모인 다국적 도시로 변모하게 된다. 전시장 곳곳엔 작가들이 만든 18개의 파빌리온(정자)이 놓여 관객이 쉴 수 있는 터를 제공한다. 개별 작가 55명의 작품은 대안공간과 파빌리온의 벽과 바닥,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침투해 현대미술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덴마크 작가인 미셸 엘름그린과 잉가 드락셋의 출품작은 덴마크의 한 전시장을 부수고 남은 콘크리트 더미를 이곳에 설치함으로써 '미술 전시장'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비엔날레관 제5전시실에서 열리는 프로젝트2는 '저기:이산의 땅'을 주제로 외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돌아보게 한다. 민영순(미국 UC어바인대 미대 교수)큐레이터를 비롯, 기획팀과 참여자가 모두 재외 한국인으로 구성됐다. 전시는 미국 LA, 브라질 상파울루, 카자흐스탄 알마티, 중국 옌지, 일본 오사카 등 한국인이 많이 사는 도시 다섯곳을 중심으로 했다. 우선 이들 지역의 작가들을 초청해 이주민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읽을 수 있게 했다. 또한 현지에 관한 역사연대기를 전시하며 다큐멘터리 필름도 상영하고 심포지엄도 연다.

프로젝트3 '집행유예'는 성완경 감독 기획으로 광주 5·18 자유공원내의 상무대 지구에서 이뤄진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지휘소이자 시민군이 투옥, 고문당했던 헌병대·법정·영창과 이를 둘러싼 아파트와 신시가지 등을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4는 '접속'을 주제로 광주 도심을 횡단하던 구 광려선 폐선철도 부지 중 백운 광장에서 남광주 역사 주변까지의 2㎞ 구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미술행사로는 이례적으로 건축가 정기용씨가 큐레이터를 맡았다.

올가 테라소·알레한드로 폴로·김영준 등 국내외 조경건축가 9명과 안규철·홍순명 등 미술가 9명이 참가하는 작가전과 폐선부지를 주제로 한 사진과 회화, 폐선철도 역사 다큐멘터리를 중심으로 한 자료전, 대학생과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9개팀이 참여하는 학생전으로 구성된다. 성완경 감독은 "국제적으로 잘 나가는 작가들보다 명료한 기획안과 젊고 신선한 작가를 주로 채택하려 했다"며 "특히 대중과 대화하려는 의지가 강한 작품, 작가의 참여를 유도하려 했다"고 말했다. 062-515-0555.

조현욱 기자

아시아 지역 최대의 국제미술

행사인 제4회 광주비엔날레가

오는 29일 개막,6월 29일

까지 93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전시 장소는

광주 중외공원 내 비엔날레관과

중외공원 일원,5·18

자유공원, 도심철도 폐선 부지

등이다. 올해의 주제는

'멈-춤,P-A-U-S-E,-止

(지)'. 숨가쁜 현대문명의

속도에서 벗어나 잠시

멈춰서서 어떤 길을 찾을지

반성·모색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계 45개국 2백10여명

의 작가가 참여하며 이중

한국작가는 김상길(사진)

박불똥(사진ㆍ영상)·성능경

(퍼포먼스)·신학철

(평면)·김소라ㆍ김홍석

(설치) 등 7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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