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 칼 뽑았다… 넣었다… : 민주 충남·강원지역 경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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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의 주말 지역경선(강원·충남)에서 후보들은 노무현(盧武鉉)후보의 '정계개편론',이인제(李仁濟)후보의 '음모론'으로 충돌했다.

李후보는 그러나 24일 춘천에서 열린 강원 지역 경선에서는 '음모론'을 거론하지 않았다.

李후보측 대변인인 전용학(田溶鶴)의원은 "(강원도의)보수적인 지역정서와 순박한 민심 등을 감안해 정책문제에 치중한 것"이라며 "음모론 주장을 철회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청와대와 盧후보는 진실을 밝혀라"(南景弼대변인)며 공세를 벌이고, 李후보를 지원해온 동교동계 구파는 李후보의 음모론 제기에 반발해 이반 조짐을 보이는 등 파문이 계속됐다.

◇'음모론' 격돌=李후보는 충남 경선(23일)에서 "대통령의 이름을 빙자한 사람이 경선에 관여하고 있다면 중대문제"라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을 대통령 가까이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박지원 정책특보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자 盧후보는 24일 춘천에서 열린 강원 경선에서 "(李후보가)무슨 다른 생각이 있는 게 아니냐. 판을 깨자는 것이냐"면서 "나는 경선 불복도 없고, 허위사실·음모·배반도 없다"고 李후보의 경선 불복(19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을 빗대 반격했다.

◇정계개편론 공방=盧후보는 "내가 후보가 되면 한나라당은 무너질 것이고 민주세력이 하나로 다시 뭉쳐 지역구도에서 정책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며 정계개편 주장을 되풀이했다.

李후보는 "정계개편 주장은 소생하기 시작한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페론이냐, 만델라냐=李후보는 23일 "광기(狂氣)로 지도자를 뽑아 망한 나라가 많다"며 독일의 히틀러와 아르헨티나 페론 대통령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자질과 역량·비전을 보고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盧후보는 24일 "어떤 사람이 히틀러나 페론을 일컫는데 그들은 모략과 배반을 일삼는 독재자"라며 "나는 넬슨 만델라나 링컨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반박했다.

이정민·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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