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어윤대 KB금융 회장 내정 이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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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엇갈리는 반응=이날 주주들의 마음을 흔든 건 주요 외신들의 보도였다. 외신들은 어윤대 후보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데다 은행 경영 경험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KB금융에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기사 제목을 ‘어윤대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막역한 친구다. 빈약한 은행 경력은 투자자들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고 달았다. 이 신문은 “회장 공백을 메웠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은행 경험이 별로 없는 그가 KB를 운영하는 걸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어 후보에 대해 “1960년대 고려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공부한 절친한 사이이나 은행을 경영해 본 경험은 없다”고 보도했다.


반면 블룸버그 통신은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통신은 국내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새 회장이 불확실성을 줄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어 후보가 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KB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증권사들도 이런 시각에 동의하는 의견을 내놨다. 교보증권은 16일 “신임 회장 내정으로 인해 강력한 리더십이 기대된다”며 투자 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메리츠증권도 “KB금융이 장기간의 경영진 공백을 해소하고 M&A를 통한 성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영증권 이병건 금융팀장은 “오늘 KB금융 주가 하락은 지나친 것”이라며 “쉬운 시작은 아니지만 벌써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급물살 탈 M&A=시장이 관심을 갖는 것은 은행권의 M&A 향배다. 어 후보는 내정 직후 “민영화될 우리금융지주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두 지주사가 합병하면 자산 규모 651조원에 달하는 세계 50대 메가뱅크가 탄생하게 된다. 그는 M&A 방식도 현금이 아닌 주식 교환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중 민영화가 추진되는 산은지주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반면 외환은행에 대해서는 인수할 뜻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물론 “(M&A 여부는) 이사회가 결정할 사안으로 의사 조정 과정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시장에서는 그의 발언을 계기로 M&A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그가 밝힌 우리금융지주 또는 산은지주와의 결합에 대해 현 주주들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주요 주주인 ING는 은행의 덩치를 키운다고 수익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며 M&A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령 KB금융의 M&A 추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더라도 어 후보가 밝힌 대로 우리금융과의 결합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많다. 한화증권 박정현 수석연구위원은 “KB금융이 우리금융과 합병하면 중복 점포와 고객 문제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 이 팀장은 “산업은행의 수익성에 대한 회의가 많기 때문에 KB금융이 산은지주를 인수하는 것도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금융지주도 우리금융과 주식 교환 방식을 통한 합병을 추진 중이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합병하면 총자산 535조원대의 업계 1위로 발돋움할 수 있다. 하나금융은 두 금융지주가 결합하면 중복 점포 문제도 적어 시너지 효과를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의 몸값은 뛰어 이날 주가는 전일보다 3.3% 올랐다.

KB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게 더 낫다는 분석도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부장은 “KB금융이 외환 분야가 강한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어 후보는 주주들을 설득해 M&A를 추진하면서 정부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시장의 의혹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KB금융이라는 거함을 이끌 그의 항해술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김종윤·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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