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개혁파 + YS계 + 동교동계 통합 노무현 "保·革대결 헤쳐모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22일 정계개편에 대한 소신을 거듭 분명히 했다.라디오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다. 이날 그는 '민주+개혁+(지역)통합'세력이 힘을 합치는 정계개편을 강조했다. '보혁(保革)구도'의 형성 여부에 대해서도 "전혀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한다"며 부분적으로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정계개편의 본질은 "권위주의와 지역주의를 허무는 '개혁 대 반(反)개혁·수구(守舊)세력'의 구도"라고 주장했다.

盧후보측은 3단계 정계개편론을 말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 개혁세력 및 과거 꼬마민주당 시절의 통합추진회의(통추)세력을 묶고▶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의 민주계 의원들과 통합한 뒤▶동교동계 신파 세력 등을 포함해 정치권을 '재정렬'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개혁성향 의원들과의 결합으로 수도권 기반을 강화하고, 반(反)DJ 정서를 이용한 한나라당의 공략에 민주계와의 연합으로 맞서는 동시에, 동서 화합의 명분을 얻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민주계와 손잡을 수 있게 되면 김대중 대통령 집권 초기 여권에서 추진하던 '민주대연합'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를 위한 물밑 노력도 활발하다. 盧후보의 부산후원회장인 신상우(辛相佑)전 국회 부의장은 "최근 YS를 만났는데 盧후보를 위험한 인물로 보지 않더라. 결국 YS는 盧후보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YS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도 "YS가 원래 한 식구였던 盧후보에게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YS는 1988년 총선 때 盧후보를 정치에 입문시켰고, 통일민주당 총재 시절에는 대변인으로 발탁했던 인연이 있다.

역풍도 많다. 이인제 후보는 "당을 깨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거듭되는 盧후보의 정계개편 발언에 배후설도 제기했다. 그의 발언이 정권 핵심부와의 교감 및 조율 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른 주자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김중권(金重權)후보는 "인위적으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고, 정동영(鄭東泳)후보는 "3당 합당의 유물인 현재의 정당 체제가 재정돈되는 것은 옳지만 시점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강민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