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의 '낮과 밤'을 알고 싶다 KBS 역사스페셜 23일 '승정원 일기'방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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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총 3천2백43책의 조선시대 승정원 일기. 그 분량만 해도 조선왕조실록의 네배, 중국 전체 역사 기록지의 여섯배로 세계 최고(最高)의 기록물로 손색이 없다.

KBS 역사스페셜(23일 오후 8시) '승정원 일기는 왜 세계 기록 유산이 되었나' 편에서 조선왕조 최고의 국정 보고서인 승정원 일기를 해부한다. 승정원 일기는 상세하고 방대한 기록으로 지난해 9월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에 등록됐다. 이에 힘입어 최근엔 기록물을 모두 전산화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승정원 일기는 승정원(오늘날의 대통령 비서실)에서 국왕을 중심으로 행해지는 일체의 일을 기록한 비서실 일기다. 왕의 행적과 신하들의 대화 내용을 속기 형태로 기록, 당시의 상황을 추측할 수 있다. 조선 초기의 승정원 일기는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지고 인조 원년부터 순종 때까지 2백72년간의 기록만 서울대 규장작에 보관돼 있다.

당시의 정책·사회·경제·문화 등을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된 승정원 일기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까. 승정원 일기는 공식적인 업무가 시작되는 아침부터 업무를 마치는 밤까지 왕의 하루를 기록한다. 시간대별로 왕의 동정과 업무 내용을 대화체로 자세히 서술하면서 왕의 건강과 감정 등 인간적인 모습도 묘사해 놓았다.

승정원 일기는 세계 유일의 세밀한 날씨 자료이기도 하다. 일기의 첫문장은 언제나 날씨로 시작된다. '오전에 맑았다 오후에 흐린 날'등 매우 자세하게 적어놓아 기상학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다. 18세기부터 2백년이 넘는 장기간 동안 날씨에 대해 세밀하게 기록을 남긴 것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다고 한다.

윤한용 PD는 "승정원 일기는 왕이 죽은 후 각종 사료를 재구성한 실록과 달리 왕이 살아 있을 때 모든 공식 업무를 사실 그대로 기록한 1차 사료"라며 "조선 시대를 살았던 임금과 신하, 백성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는 조선 시대의 보고서"라고 설명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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