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못 보여준 '보이지 않는 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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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1일 저녁 민주당에선 소동이 벌어졌다.이인제(李仁濟)후보의 경선대책위원장인 김기재(金杞載)의원이 "중대 발표를 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돌연 취소했기 때문이다. 대신 나타난 李후보측의 전용학(田溶鶴)의원은 "최근 노무현(盧武鉉)후보측에서 제기한 정계개편론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면서 "그러나 李후보가 최종 순간에 취소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질문이 쏟아졌지만 田의원은 굳게 입을 닫았다. 다만 "발표하려던 내용이 완전히 취소됐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오늘은 취소다. 앞으로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李후보측은 이날 회견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언급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경선정국에서 盧후보의 갑작스런 상승과 그가 언급한 정계개편론 등에 배경이 있다는 주장이었다고 한다. 이른바 '음모론', 김심(金心:김대중 대통령의 의중)논란이다.

李후보도 이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이날 춘천의 방송국 합동토론회에서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음모론에 대한)얘기를 많이 들었다. 사람 이름까지 거명되고 실제 진행을 어떻게 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李후보는 "음모의 실체를 공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당내 경선이라고 해서 있는 것도 감춰준다든지 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李후보의 측근들은 "영·호남을 묶어 정권을 재창출하려는 큰 그림이 있다. 그 그림에서의 영남쪽 대표주자가 특정인물에서 광주 경선 이후 다른 사람으로 바뀐 것으로 안다"고만 말했다.

李후보측이 증거를 확보했는지의 여부는 불분명하다. 갑작스런 회견 취소 배경도 미스터리다. 당내에선 "경선에서 열세에 몰리니까 나온 궁여지책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은 점차 살얼음판이 되고 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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