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 … 순식간에 폭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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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폭격을 맞은 것처럼 3층 건물이 콘크리트와 철근 더미로 처참하게 변했다.

20일 밤 인천시 부평에서 발생한 가스 폭발로 건물이 완전히 주저앉으면서 콘크리트 파편이 여기저기에 나뒹굴었으며 매캐한 가스 냄새가 밤 늦게까지 온 동네를 진동했다.

특히 붕괴된 건물 지상 1층에서 거주한 이기봉(70)씨 일가족 4명이 모두 숨진 것으로 드러나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씨의 아들 명식(44)씨는 아버지 외에 어머니 윤수복(65)씨, 딸 민지(9)양, 아들 혜성(11)군의 시체가 잇따라 발굴되자 망연자실했다.

붕괴 건물 바로 옆 2층 단독주택에서 저녁 식사 중 날아든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 실신했다 부평 세림병원으로 후송된 이병두(75)·구연배(67·여)씨 부부는 "난생 처음 당하는 끔찍한 일"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딸과 산책을 나왔다가 사고 순간 날아온 콘크리트 조각에 다리 골절상을 입은 40대 여자는 병원에서 의료진에 딸의 안부를 물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러나 건물 붕괴 당시 14~15명이 매몰된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7명 정도만 매몰된 것으로 밝혀지자 주민들은 다소 안도하기도 했다.

또 사고 발생 2시간여 만인 오후 9시25분쯤부터 10여분 간격으로 건물 더미에 묻혔던 7명 가운데 3명이 119 구조대원에 의해 잇따라 구조되자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구조된 3명 중 이순복 할머니는 숨진 채 발견됐으며 생후 4개월 된 이나길양은 극적으로 구조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으나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고가 나자 부평경찰서 직원 30여명과 인천지역 소방대원 2백여명 등이 출동해 밤 늦게까지 구조작업을 벌였다. 사고 현장에는 겹겹이 콘크리트 더미가 쌓여 있어 경찰과 119 구조대원들이 굴착기와 산소용접기 등을 동원해 매몰자 구조작업을 벌였으나 심한 먼지와 매캐한 냄새가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아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한때 건물 지하 1층 기도원에 많은 신도가 있을지 모른다는 주민들의 얘기에 따라 붕괴된 건물 현장에 인명 구조견 두마리를 긴급 투입했으나 다행히 한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나 밤 12시쯤 철수시키기도 했다.

인천=엄태민·이무영·김필규 기자

사망·부상자 명단

◇사망자

▶이순복(89·여)▶이기봉(70)▶윤수복(65·여)▶홍미자(62·여)▶이민지(9·여)▶이혜성(11)

◇부상자

-세림병원

▶유혜진(6·여)▶박경애(41·여)▶박영희(62·여)▶백운철(44)▶백광훈(23)▶박종애(43)▶이병두(75)▶이충자(50·여)▶한복자(62·여)▶구연배(67·여)▶권영광(29)

-성모자애병원

▶이나길(1·여)▶이현아(24·여)▶황성미(61·여)

-부평한국정형외과

▶전희광(34)▶정영숙(32·여)▶전유진(11)▶전미진(8·여)▶홍선애(68·여)▶유종연(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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